"지금껏 작업한 영화 음악 중 <두번째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김진아 감독의 <두번째 사랑> 음악 작곡한 마이클 니먼 인터뷰

영화 <두번째 사랑>의 음악을 작곡한 마이클 니먼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이 만든 <영국식 정원살인사건>을 비롯한 18편의 영화와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에서 음악을 맡은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다. <두번째 사랑>을 연출한 김진아 감독은 평소 마이클 니먼의 음악에서 “영상이미지를 문학적 의미 이상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느꼈고 영화를 준비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본 마이클 니먼은 “작품만 좋으면 개런티는 상관없다”며 영화음악을 준비했다. 과연 그는 어떤 심정으로 한국의 감독에게 자신의 음악을 선사했을까. 현재 바쁜 공연일정에 쫓기고 있는 그를 잠시 온라인의 세계로 데려와 이메일로 대화했다.

<두번째 사랑>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나와 한국영화와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사건 때문일 것이다. 2004년 여름, 서울에서 공연을 개최한 뒤 김진아 감독과 내가 감명 깊게 보았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의 김기덕 감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었다. 그때 김진아 감독과 한국영화는 물론 영화음악 전반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김진아 감독이 <두번째 사랑>의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 이미 나름대로 그녀의 작품세계에 친숙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여성 캐릭터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욕망에 대한 고찰을 명징하게 그려낸 감독의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아 작업에 동참했다.

<두번째 사랑>의 음악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의 강렬함은 이미 김진아 감독의 연출이 체화한 베라 파미가의 연기를 통해 견고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그 강렬함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규정한 셈이다. 김진아 감독은 미국 동부에, 나는 런던에서 작업해야 했던 터라 작업이 힘들긴 했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에 감독과 만족스러운 협력관계를 경험했던 것 같다. 특히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미리 만들어서 배우가 실제로 음악을 들으며 연기를 했던 ‘네버 포에버 탱고’(소피가 지하와 처음으로 마음이 담긴 격렬한 섹스를 하고 나서 혼자 바에 내려가 술을 마시며 듣는 음악)는 영화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중심 멜로디가 되었다.

당신은 로열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음악을 만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
집에서는 라디오 외에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개인 음악 교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의 가르침은 헌신적이었고 덕분에 나는 매우 성공적으로 음악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당신의 음악은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과 스코틀랜드 민요까지 다양한 음악유산을 재료로 삼아왔다. 그런 시도를 한 의도는 무엇이었나.
그것은 아마도 문화가 정말 음악 안에 함유되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어떻게 보존되어 있고, 그것을 내가 소화해낼 때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왠지 이 말이 오만하게 들릴까봐 겁난다.

지금까지 영화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악상이 떠오른 작품은 무엇인가? 혹시 영화를 보자마자 악상이 떠오른 작품도 있는가.
감독이 가진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의 음악으로 번역해내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작업이다. 감독과 협력하는 데에는 타협과 절충의 기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영화를 보자마자 악상이 떠오른 작품은… 글쎄, 어쩌면 <원더랜드>라는 작품이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지금껏 많은 영화의 음악을 했다. 그중 당신의 음악이 가장 아름답게 들렸던 영화는 무엇인가.
단연코 <두번째 사랑>이다. 아마 김진아 감독이 분명 이 인터뷰를 읽게 되겠지?

영화음악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에 매우 필요한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공연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공연이고, 어떤 음악들을 연주하는가.
198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작곡한 작품들을 주로 연주하는 공연이다. 영화음악으로 말하자면 <영국식 정원살인사건>과 <리버틴>까지의 영화들이다.

공연 이후에 음악을 작곡하기로 영화가 있는가.
G. W. 팝스트 감독의 1929년작 <판도라의 상자>에 새로운 스코어를 작곡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무성영화에 음악으로 새로운 옷을 새로 입힌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물론 영화도 걸작이지만 무엇보다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이니 영화음악에 대해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얼마나 좋겠는가.

Source: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