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b] - 32 사운즈

Published November 26th, 2024 - Source

김진아 (UCLA 영화과 교수, 감독)

기다림의 설렘, 아직 만나지 못한 영화들 
2024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필자 6인이 밝힌 미개봉작 선정의 변

32 사운즈 (샘 그린 감독)

“Everything changes, and nothing is lost.”

아네아 라크우드가 영화 속에서 흘리듯 던지는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은, 삶의 덧없음과 상실의 고통을 껴안는 통찰이다. 형체도 없이 순간 속에만 존재하다 휘발되어 버리는 소리.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소리는 우리 삶의 덧없음과 죽음의 허무를 넘어서는 위안을 제공하고, 무의식에 파고들어 우리 마음속의 가장 깊은 곳간에 기억과 감정을 쌓아 올린다. 인류는 무비판적으로 시각에 의지하는 종족이지만, 잠시 그 지배적인 감각을 내려 놓고 나면 세상을 느끼는 새로운 통로인 사운드의 세계가 열린다.

2023 선댄스영화제 초연 시 라이브 공연으로 보았던 감동은 올해 플랫폼에서 다시 보았을 때 더 깊은 사색으로 다가왔다. 인터뷰로 만나는 현대음악의 거장들과 신예 미디아 아티스트들은 물리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때로는 익숙하고, 때로는 낯선 신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수중 마이크를 호수 속에 내리고 수면 아래 세상을 충실히 듣는 라크우드의 행복한 표정은, 사나운 시간을 견뎌 또 한해를 마감하며 리스트를 작성한 내게 가장 큰 위안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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