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에 뒤 시네마]

Published November 2003 - Source

올리비에 조야르, 불어에서 번역


이미 로카르노와 밴쿠버 영화제에서 상영된 〈그 집 앞〉은 여성적 강경함과 억눌린 분노가 응축된 작은 덩어리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두 개의 고독한 서사를 연이어 배치한다. 하나는 미국에 ‘유배’된 한국인 유학생이자 거식증을 앓는 여성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부재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자신이 속할 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영화의 전반부는 비디오 설치에 가까운 일련의 경직된 소품극들로 구성되며, 1970년대 샹탈 아커만의 정적이고 엄격한 형식 실험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이처럼 철저히 통제된 형식은 후반부에 이르러 점차 균열을 일으키며 생동감을 얻는다. 고정된 숏과 떨리는 카메라를 오가며, 김진아 감독은 하나의 핵심적인 비밀을 향해 다가간다. 일상의 우여곡절을 끝까지 파고들 때—같은 것이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그 순간, 반복은 어떻게 광기로 전환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