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여성의 시각은 여전히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는 체코 라이온 어워즈 시상식에서 다리아 카셰예바 감독이 여성 영화인들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던 중, 한 남성 감독이 그녀의 연설을 방해하면서 이러한 현실이 드러났다. 그 뒤이은 논쟁은 공감 능력의 절망적인 결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삶을 충분히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잠시나마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함께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 하나의 가능성은 바로 ‘가상현실’일지도 모른다.
올해의 원 월드(One World) 영화제는 경쟁 부문(구: 가상현실 섹션)에서 총 열 편의 몰입형 영화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이 중 여덟 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그중 다섯 편은 여성의 구체적인 경험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하나의 ‘트렌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동시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본질적인 필요로도 보인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보게’ 하려면, VR 기기를 씌워 도망칠 수 없을 만큼 생생한 경험 속에 몰입시켜야 하지 않을까?
위로도, 삶도, 눈물도 없이
한국 영화 <아메리칸 타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결코 덜하지 않은 강렬함을 선사한다. 관객은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군산의 ‘아메리카 타운’ 단지를 거닌다. 반쯤 버려진 이 유령 도시에는 술집, 카지노, 클럽들이 가득하고… 그곳에서 남성들을 '위로'해야 했던 한국 여성들이 존재했다.
여성들의 모습은 현실속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은유적인 사운드트랙을 통해 그 존재가 전해진다. 웃음소리, 대화의 조각들, 만취한 병사들의 고함, 음악,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 등—사라졌던 과거의 소리가 다시 되살아난다.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는 것은 버려진 집들뿐이며, 오직 거울 속에서만 움직임이 감지된다. 거울에 비친 것은 이 인공 도시의 외로운 거주자 한 사람. 그녀는 거울을 통해 공간과 공간을 이동한다.
이 여성의 몸짓, 춤, 미소, 그리고 슬쩍 보내는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들이 사운드트랙 속 상호작용과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깊은 불안감을 자아낸다. 그녀를 둘러싼 텅 빈 공간은 수십만 명의 여성이 처했던 현실의 부조리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한다. 한국 곳곳에는 이와 유사한 기지촌들이 존재했으며, 그 수는 거의 100곳에 달했고, 1990년대까지 운영되었다. 전쟁 이후, 미군 기지는 한국의 거주 가능한 국토 중 5분의 1을 차지했고, 매년 한국에 주둔한 2만 5천 명의 미군을 위해 성적인 위안을 제공할 여성 50만 명이 누적 동원되었다.
감독 김진아는 그 장소가 철거되어 역사에서 일부 지워지기 전에 그 기억을 기록하고자 했다. <아메리칸 타운> (2023)은 그녀의 VR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군 병사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여성을 다룬 <동두천>(2017), 그리고 군인에게서 성병에 걸렸다고 추정되는 여성들이 격리되어 치료받았던 수용소를 다룬 <소요산>(2021)에 이어 완성되었다. <아메리칸 타운>와 <동두천>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지흘라바(Ji.hlava)에서 이미 상영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