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포터]
Published April 18, 2008 - Source
프랭크 섹
베라 파미가의 연기 경력에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한 작품<절망의 끝> (Down to the Bone)처럼, 〈두 번째 사랑〉 역시 이 재능 있는 배우의 탁월한 연기를 담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널리 회자되지는 못할 운명에 놓여 있다. 흔히 ‘두려움 없는’ 연기라 불릴 법한 이 작업에서 파미가는 신파적 멜로드라마의 재료를 거의 심오한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다. 물론 김진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는 다른 미덕들도 적지 않다. 떠오르는 한국 배우 하정우(타임)와 데이비드 맥기니스(태풍)의 인상적인 연기, 그리고 촬영감독 매튜 클라크가 포착한 우아하고 깊은 분위기의 촬영이 그것이다. 파미가는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와 결혼한 맨해튼의 부유한 주부 소피 역을 맡는다. 앤드류의 불임으로 인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를 극심한 우울로 몰아넣고, 결국 그는 자살을 시도한다. 소피는 결혼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 놓인다.
난임 클리닉을 찾은 소피는 그곳에서 지하(하정우)를 보게 된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정자 기증을 거부당한 그는, 소피의 시선에 포착된다. 소피는 그를 따라가서 사적인 제안을 건넨다. 익명의 성관계 한 번마다 300달러, 임신에 이르게 될 경우 상당한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두 사람은 곧 지하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처음에는 기쁨이라곤 없는, 철저히 업무적인 만남들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피가 임신에 이르렀을 즈음,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혹감에 휩싸인다.
이 설정은 현실성에 의문을 줄 수도 있지만, 주제를 다루는 감독의 섬세한 접근 방식과 배우들의 깊이 있는 표현은 이 영화에 예상치 못한 정서적 힘을 부여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며 그들의 성관계가 점차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그래픽하게 묘사한 여러 장면들이다. 파미가는 감정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철저히 모든 것을 내보이는 파괴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반드시 주목받아야 할 존재감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