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Published April 11, 2008 - Source
스티븐 홀든
베라 파미가의 두려움 없는 연기와, 친밀함을 회피한 채 성관계만을 이어가는 낯선 이들의 미묘하게 변화하는 몸짓을 탐색하는 빛나는 촬영은, 김진아 감독의 멜로드라마 〈두 번째 사랑〉이 안고 있는 서사적 불균형을 해소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의 시선은 파미가가 연기한 인물의 상처 입은 눈에 사로잡힌다. 눈부시게 푸른 그 눈동자는 공황, 욕망, 그리고 느끼기를 거부하려는 태도의 다양한 음영을 드러내며, 개인적 파국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여성의 절박함을 신호처럼 발산한다. 소피라는 이 인물은, 파미가가 2004년 영화 <절망의 끝> (Down to the Bone)에서 연기했던 마약 중독자 아이린의 말끔해진 버전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은 그녀를 마틴 스코 세지의 〈디파티드〉로 이끌었지만, 영화 <디파티드>에서 그녀의 재능은 눈에 띄게 낭비되었다.
소피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의 아내로,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가정 주부다. 불임 판정을 받은 뒤 깊은 우울 상태에 빠진 남편 앤드류는 자살을 시도하고, 소피는 임신을 희망하며 난임 클리닉을 찾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남편과 또래인 한국인 지하(하정우)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정자 기증을 거부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충동적으로 지하를 뒤쫓은 소피는 그에게 제안을 건넨다. 한 번의 성관계마다 300달러, 임신에 성공할 경우 현금 3만 달러. 그는 이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그의 낡고 황폐한 아파트에서 비밀스럽고 무미건조한 만남을 이어간다. 사랑 없는 접촉 속에서 유대가 형성되지 않으려 애쓰는 이 커플을 카메라가 집요하게 관찰할 때, 관객은 자신의 행위가 지닌 친밀함을 끝내 부인하려는 두 예민한 인물의 고통과 좌절을 감각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신호는 오가고, 정보는 새어 나가며, 관계는 형성된다. 상업적이든 아니든 지속되는 대부분의 성적 관계가 그러하듯, 거래는 언젠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변모한다. 최근 선댄스 채널의 리얼리티 시리즈 〈Pleasure for Sale〉에서 네바다 닭 농장의 성매매 여성들과 단골 손님들 사이의 관계가, 금전 교환만을 제외한다면 오래된 돌봄의 우정과 거의 구별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부유하고 아름다운 백인 여성 소피와, 세탁소와 정육 공장, 이삿짐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초라한 불법체류자 지하의 관계는, 그 자체로 불안정한 권력 역학을 내포한다.
소피의 계획은 성공한다. 그녀는 임신하고, 앤드류와 그의 가족은 이를 기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소피도, 지하도 뒤늦게 싹튼 열정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소피의 두 세계는 충돌하고, 진실은 드러나고야 만다.
그 충돌의 방식과 그로 인한 결과는 이 영화가 지닌 다소 어색한 플롯의 영역에 속한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뒤 영화는 필요이상으로 감상적인, 기분 좋은 코다를 덧붙이는데,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며 사족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와 거짓, 불안이 뒤엉킨 밀도 높은 국면에 머무르는 순간들 속에, 〈두 번째 사랑〉은 반드시 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