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국제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

Published March 4th - 19th, 2004 - Source

심임보


김진아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영혼을 드러내는 법을 정교하게 연마해온 감독이다. 그녀의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에서 김 감독은 감정의 미세한 깊이를 포착해내는 능력을 이미 입증한 바 있다. 이러한 감각은 그녀의 극영화 데뷔작 <그집앞>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오래 지속되는 숏과 치밀하게 구성된 프레이밍은 내면의 투쟁과 심리적 극단 사이를 오가는 격렬하고도 변화무쌍한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가인 역의 최윤선과 두희 역의 이선진은 절망 앞에 놓인 미국 거주 한인 여성들을 연기하며, 무너진 정신적 균형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대담하고도 인상 깊게 그려낸다.

가인은 두희의 남편과 불륜 관계에 있다. 금기된 관계에서 비롯된 혼란과 자책 속에서, 그녀는 집 안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전화를 끊은 채, 굶기와 폭식을 반복하는 자기혐오적인 일상에 빠져든다. 한편 두희는 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을 떠나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두 여성은 신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벌거벗겨진 상태로 카메라 앞에 놓인다. 극도로 사적인 순간들 속에서 포착된 이들의 모습은, 인내심 있는 카메라를 통해 조금의 타협도 없이 응시된다. 김 감독은 두 여성의 가장 어두운 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회복력과 취약함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을 섬세하게 발견해낸다. 고통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그집앞>는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에 있어 중요한 새로운 목소리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