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 영화제]
Published January 2007
존 쿠퍼
소피는 목가적인 삶을 사는 듯 보인다.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 남편 앤드류에게 그녀는 완벽한 백인 주부다. 그러나 아이를 갖지 못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시험대에 오른다. 결혼을 지키기 위해 소피는 절박한 선택을 한다. 그녀는 한국 출신의 불법체류 이민자 지하와 대담하고 은밀한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합의는 곧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고, 애초에 구원하고자 했던 것을 오히려 파괴할지도 모를 상황으로 변해간다.
〈두번째 사랑〉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진아 감독은 치밀한 시선으로 모든 숏을 배치하며, 단계적으로 긴박감을 구축해 나간다. 서사는 풍부하고 연출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하다. 김 감독은 극도의 억압이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적 에너지가 폭발 직전까지 응축된, 정확한 톤을 만들어낸다. 미술과 의상 디자인 역시 독립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치밀하다. 그리고 소피 역을 맡은 베라 파미가의 놀라운 연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선물과도 같다. 수정처럼 푸른 눈과 도자기 같은 피부로 지상의 속하지 않는 듯한 아름다움은, 그녀가 대변하는 보호받는 삶의 양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희귀한 인형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두 명의 뛰어난 남자 주연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소피의 점진적인 변화를 설득력 있게 체화해내는 파미가의 연기는 〈두번째 사랑〉을 잊을 수 없는 영화적 경험으로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