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histories that we dislike and we want to forget. But we should not. ”COMFORTLESS”, presented at Venice Biennale 2023, Venice Immersive, tells such a story that humanity should always remember: the stories of ‘US military comfort women’.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매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은 미군 기지촌에 배치되어 미군 병사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는 국가 권력의 공모가 존재했다. 오늘날까지도 한국 사회 안에서 억압되고 침묵되어 온 이 현실과 역사를 <아메리칸 타운>은 다시 살아나게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들은, 비록 그것이 “comfortless”한 기억일지라도, 인류의 집단적 기억 속에서 결코 지워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VR 작품 <아메리칸 타운>은 군사 개입의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고통을 축소하고 외면해 온 역사적 경향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강렬한 예술적 서사를 제시한다. 이 작품은 이른바 ‘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다.
1969년, 한국 군산의 미 공군기지 인근에는 미군만을 위한 기지촌이 세워졌다. 한국 정부의 승인 아래 조성된 이른바 “아메리칸 타운”에는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이 모집되었다. 이름 그대로, 이 공간은 미군 병사들을 위해 건설된 장소였다. 이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일원이자 훗날 중앙정보부장이 된 인물이 주도한 사업이었다. 그는 군산 인근 8.5에이커의 부지를 매입해 “American Town, Inc.”를 설립했고, 밤마다 최대 천 명의 미군 병사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제 당국조차 이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듯, 아메리칸 타운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기지촌 건물들은 가장 먼저 철거 대상이 되었다. 이는 <아메리칸 타운>의 프리프로덕션이 진행되던 시기였으며, 따라서 이 작품은 사라져가는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시간과의 경쟁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촬영이 종료된 바로 그날, 한국 대법원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의 최종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문은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을 명령했으며, 특히 “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했다.
<아메리칸 타운>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동두천>과 <소요산>에 이어진다. 실제 장소에서 촬영된 <동두천>은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미군 병사에게 살해된 실제 여성의 마지막 시간을 추적하는 VR 실험 다큐멘터리이다.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은 한국 정부와 미군이 운영했던 성병 수용시설 ‘몽키하우스’를 다룬다.
체험은 바로 ‘아메리칸 타운’의 폐허 속으로 관객을 데려가며 시작된다. 좁은 골목, International Culture Ville, Los Angeles Club, 러시아 음식점 옆에 자리한 클럽과 바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하면 군화 소리와 클럽의 소음이 겹쳐 들려온다. 폐허가 된 작은 상점, 어쩌면 미용실이었을 공간의 거울 속에서 관객은 젊은 여성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꿈꾸는 듯하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는 듯하기도 한 그녀는 자신의 기억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 작품에서 거울은 카메라이자 렌즈가 된다. 관객은 단지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통해 인물의 내면과 기억, 감정의 깊이를 마주하게 된다. 침묵하는 듯 보이지만 말해지지 못한 역사를 드러내는 장치로서, 거울은 침묵 자체를 들어 올린다. 사건을 반영하는 것과 사건을 성찰하는 것 사이에서, 거울은 강한 조형적 유동성을 획득한다.
역사의 반사와 응시, 수동성과 개입, 권력과 무력감, 충돌하는 상태들과 집단적 트라우마는 거울 앞을 스쳐 지나간다.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실들의 장례 같은 침묵을 보존하는 거울. 시간 속에서 침묵으로 환원된 목소리들은 산산이 깨진 의식의 파편처럼 그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
밤이 되면 과거의 소리들이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클럽의 웃음소리, 술잔 부딪히는 소리, “그 여자의 이름은 핫 마마야”라는 소개가 들려오는 동안, 화면은 부서진 창문과 폐허가 된 가구들을 비춘다. 이 “즐거움의 사운드”와 폐허의 이미지 사이의 모순은 착취의 흔적과 그 뒤에 남겨진 잔해를 드러낸다. 그리고 거울 속 여성은 자신의 여정을 기억해낸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이 폭력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재피해화를 피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2차 트라우마 또한 조심스럽게 경계한다. 여성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 일부를 드러내는 동반자로 제시된다. 관객은 주변 공간을 통해 불쾌한 경험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여성은 “피해자”로만 남기를 거부할 힘을 부여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자신을 해친 사람들, 침묵 속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이들을 응시한다. 그녀는 불편함 자체가 되기를 감수하고, 마침내 관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목격자로 남은 관객에게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는 이 집단적 기억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이 과거와 함께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왜 우리는 여전히 침묵하는가?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전개되는 이 놀라울 만큼 강력한 작품, <아메리칸 타운>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것을 요구한다. 잊혀진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애도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언젠가 모든 거울들이 말하기 시작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촉구한다.
감독 김진아 소개: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김진아 감독은 한국과 할리우드 양쪽에서 작품을 제작해온 몇 안 되는 한국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들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재구성하고,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트랜스내셔널 시각을 구축해왔다.
김 감독의 장편 영화 다섯 편과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를 포함한 150여 개의 국제 영화제 및 MoMA, 퐁피두 센터, 스미소니언 등 유수의 전시 공간에서 상영 및 전시되었다. 김 감독의 영화들은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극장 개봉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Le Figaro는 그녀를 “극도의 섬세함을 지닌 두려움 없는 페미니스트”라 칭했으며, <그 집 앞> (2003)는 Film Comment가 선정한 2003년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정우 하와 베라 파미가 주연의 <두번째 사랑> (2007)는 한미 합작 영화 최초의 사례였으며, 양자경과 헨리 라우가 출연한 파이널 레시피<파이널 레시피> (2014)는 중국 전역 3천 개 이상의 극장에서 대규모 개봉되었다.
학계에서도 김 감독은 하버드 대학교 해당 학과 최초의 아시아 여성 교수였으며, 현재는 UCLA 영화·TV·디지털 미디어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에는 독일 뮌헨의 Neues Asiatisches Kino에서 회고전 <욕망과 디아스포라(Desire and Diaspora)>가 개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