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타운>
증언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이 두 개념은 사진과 너무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논하면서 다른 하나를 배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은 현상이 드러나는 그대로를 포착하며, 영화의 선구적 형식이기도 하다. 사진이 없었다면 영화 역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180도 혹은 360도로 촬영된 영화적 체험으로서의 몰입형 예술 또한 ‘증언’의 개념을 따라간다. 그것은 단순한 관객이 아닌 사용자를, 우리가 목격되기를 바라는 환경 속으로 들여보낸다. 정지 이미지이든 움직이는 이미지이든, 그 공간은 사진과도 같은 전방위적 시각성으로 구현된다.
적어도 2017년, <동두천>으로 Best VR Story 상을 수상한 이후부터, 김진아는 이미 생명을 잃고 완전한 망각 속으로 버려질 위기에 놓인 장소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왔다. 그곳들은 여성들이 학대당했던 장소들이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착취당한 한국 여성들의 장소들이다. 작업을 거듭하며 김진아는 시적이면서도 다큐멘터리적인 독창적 형식을 구축해냈다. 이른바 위안부들의 착취를 위해 존재했던 장소들은 거의 움직임 없는 쇼트들 속에서 탐색되는데, 그 정적인 이미지들은 미세하게 살아 움직이며 강렬한 윤리적 긴장을 품은 일종의 tableau vivant(살아있는 정지화면)으로 변모한다. 과거에 일어났으나 이제는 잊혀진 어떤 것을 본다는 것, 그것을 증언한다는 것은 관객에게 강한 충격을 남기며, 이러한 기술적 형식들에 도덕적 깊이를 부여한다.
<동두천> 이후에는 가슴 저미는 <소요산>이 이어졌고, 이제 <아메리칸 타운>에 이르렀다. 영문제목의 ‘less’라는 말은 어떤 결핍, 역사 속에서 한때 지워졌던 존재들을 뜻한다. 그러나 이제 그 존재들은 탁월한 몰입형 영화감독에 의해 지워질 수 없는 것으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