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사랑'' 김진아 감독, 이탈리아 보그에 포착

하정우, 배라 파미가가 주연한 ''두번째 사랑''의 김진아 감독이 이탈리아 보그와 화보를 촬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월호 이탈리아 보그 남성판 루오모 보그 (L''Uomo Vogue)는 ''베니스의 인재들''이라는 제목으로 올해로 66번째를 맞는 베니스 영화제에 대한 특집 기사를 다뤘다. 

김진아 감독은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경쟁부문인 오리존티 부문의 심사를 맡는 동시에 신작 에세이 다큐멘터리 ''서울의 얼굴''을 선보였다. 24일 픽처북 무비스에 따르면 김진아 감독은 보그의 특집기사에서 이안 감독,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 양조위, 샤를롯트 갱스부르 등 세계적인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66회 베니스 영화제의 중심인물로 소개됐다. 
김진아 감독은 이번 화보에서 남성용 의상을 여성적 보헤미안룩으로 재해석한 의상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스타일리스트 이제 화이트는 미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글렌 클로즈 등 명사들의 스타일링을 맡았던 인물로 아르마니 셔츠와 스웨터는 물론 자켓과 부츠까지 남성용 의상으로 김 감독의 아웃핏을 완성시켰다. 

이탈리아 보그 측은 "김진아 감독은 아시아 여성으로 하버드 대학 강단에 서고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은 물론 유럽에서도 입지를 확보한 놀라운 여성감독이다. 그런 감독의 이미지에 걸맞게 ''단아하고 수줍은 동양여성''의 고정관념을 깨는 발랄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연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진아 감독은 2004년-7년까지 하버드대학 시각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영화제작과 이론을 가르쳤다. 한미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선댄스 영화제 국내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프랑스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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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타임스, 김진아 감독 ‘두번째사랑’ 주목

김진아 감독(35·사진)은 유럽인과 미국인에게 비춰지는 한국 남성의 이미지는 섹시함과 거리가 멀다고 짚는다. 딱딱함이라고 규정한다. “아시아 남자들에게서 성적 매력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아시아 남자들은 섹시하기보다는 완벽한 의사, 변호사 등 공부벌레 이미지”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처럼 왜곡된 아시아 남자의 이미지를 뒤엎고 싶었다.

새 영화 ‘두 번째 사랑’(2007)에서 자신의 바람대로 했다. 하정우(30)가 열연한 한국인 미국 불법체류자 ‘지하’는 힘겨운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돈을 받고 성관계까지 하는 비참한 인물이다. 하지만 ‘소피’가 빠져들 만큼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영화에서 베라 파미가(35)가 연기한 ‘소피’는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루와 결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남편 쪽의 문제로 아기가 없다. 흔들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한국인 이민자 지하를 찾아간다. 돈을 내고 그와 성관계, 임신하려 든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목적 있는 거래였다. 그러나 소피와 지하가 사랑에 빠지면서 거래는 깨진다.

3일 만에 완성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를 쓰고 보니 완전히 한국적이지는 않은, 그렇다고 완전히 미국적이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김 감독은 미국 칼아츠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최근까지 하버드대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맡았다. 한국의 1960년대 영화들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고 있다.

외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영화에서 1960년대는 황금기”라고 말문을 연 김 감독은 “그 시절 영화들을 오늘날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 만들어졌고 또 얼마나 급진적인지 놀랐다”고 말했다. 이미 그 시대에 여자들의 욕망을 영화의 주제로 다뤘다는 점이 파격이라는 설명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영화 속 아내들은 결국 가부장적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감독들이 영화에서 여성들의 성적, 감정적 욕구를 내세웠다는 사실이 김 감독에게는 흥미로웠다.

여성들의 욕망은 김 감독의 영화에서도 항상 중요한 주제다. 대학원 1학년 때인 1995년부터 작업한 ‘진아 김의 비디오 다이어리’(2002)는 여성의 몸과 욕망의 인식, 성 정체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신선하고 섬세한 영상으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김 감독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03년 영화 ‘인비저블 라이트’에서는 두 여자의 삶과 욕망을 다뤘다. 남자 ‘준’과 결혼한 여자, 준과 바람을 피우는 여자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제작한 ‘두 번째 사랑’은 2007년 6월 한국 개봉 당시 미국여성과 한국남성의 사랑이라는 흔치 않은 주제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네버 포에버’라는 타이틀로 개봉했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올해 꼭 봐야 할 영화로 손꼽았다.

김진아 감독 '네버 포에버' 뉴욕 관객 찬사

"여류 감독다운 섬세한 연출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한국명 두번째 사랑)가 뉴요커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1일 밤(현지시간) 맨해튼의 예술영화전문관 랜드마크 션샤인 극장 앞에는 십수명의 뉴요커들이 한 동양 여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동양 여성은 이날 개봉한 '네버 포에버'의 연출을 맡은 김진아 감독이었다.

김진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네버 포에버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도빌 아메리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차지하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불법체류자인 지하(하정우 분)와 생식 능력이 없는 한국인 남편(데이비드 맥기니스 분) 대신 임신시켜줄 남성을 찾는 미국여성 소피(베라 파미가 분)와의 은밀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맨해튼에서 올로케됐지만 정작 뉴요커들에게는 이날 처음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뉴욕 한국문화원(원장 송수근)의 정종철 영사를 비롯한 한국문화원 관계자들과 미국인 관객들이 함께 한 가운데 김진아 감독은 무대 인사를 통해 "뉴욕서 촬영한 영화를 뉴욕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뉴욕 개봉의 특별한 소회를 피력했다. 특히 이날 뉴욕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데이비드 맥기니스(34)가 합류, 시선을 끌었다.

한국인 어머니(이숙영)와 스코틀랜드계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맥기니스는 비교적 능숙한 한국어로 "뉴욕 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190cm의 훤칠한 체구로 뉴욕 태생으로 특급모델로 활동하다 영화배우로 변신했다.

'태풍', '기담' 등 여러 편의 한국 영화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최근 아버지와 함께 몬태나 해밀턴에 마스터 블렌드(Master Blend)라는 음식점을 오픈했다.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 유감"이라며 웃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이젠 결혼하고 싶다. 한국 여성이라면 더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이날 미국 관객들은 네버 포에버가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한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표했다. 아들을 열망하는 한국인 가정에 시집간 미국 여성의 고뇌와 정자 제공을 원하는 남성과의 불륜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크 헨더슨씨는 "뉴욕에 한인들이 많이 살지만 한인 사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상당히 흥미로왔다. 노출신과 베드신도 상당히 파격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객 제이미 폴링씨는 "많은 것을 암시하고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 엔딩신이 인상적이다. 젊은 여류 감독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네버 포에버는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으로부터 “뛰어난 연기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출력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경험”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피아노'의 음악감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마이클 니먼이 음악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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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감독 ‘네버포에버’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뉴욕을 배경으로 이민온 한국인 남성과 백인 유부녀의 사랑을 그린 '네버 포에버'(Never Forever 한국명:두번째 사랑)가 9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33회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에서 2등격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네버 포에버'는 한 백인 여성과 한국에서 온 이민자와의 격렬한 성적 러브스토리로 하정우와 베라 파미가가 주연을 맡았다. 베라 파미가는 2004년 LA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여배우 2위에 오른 할리우드의 스타다.

'김진아의 비디오일기'와 '그집 앞' 등의 작품으로 미국 언론과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아 온 김진아 감독의 첫번째 상업영화인 '네버 포에버'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지만 한국인 이민자와 백인 유부녀의 격정적인 사랑이라는 이색 소재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와 결혼한 백인 아내 소피(베라 파미가)가 아들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한국의 문화 배경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피는 가족의 바람대로 아들을 낳고 싶지만 잘 되지 않고 남편의 폭력까지 더해진다. 결국 아들을 낳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한국 남자 지하(하정우)와 정자 제공을 조건으로 동침 계약을 맺지만 격정적인 연애의 감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 

우크라이나에서 이민온 2세인 베라 파미가는 "시나리오를 읽고 단숨에 매료됐다"면서 "김진아 감독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단순한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그려내는 능력을 지녔다"고 토로했다.

김진아 감독은 현재 하버드대 영화제작전공 초빙감독 및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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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과 파란 눈의 사랑을 찍다

김진아의 한국과 미국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은 얌전한 제목과 달리 백인 중산층 여자와 한국인 불법체류자 남자의 위험한 사랑을 다룬다. 
 
하정우와 베라 파미가가 출연하는 이 뉴욕판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는 설정의 파격뿐만 아니라 인물의 눈썹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카메라의 돌진이 인상적이다. 이 과감한 스타일로 김진아는 한국의 극장가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상업영화를 선보인다.김진아는 하버드에서 한국문화와 영화를 가르치는 젊은 대학교수이자 영화감독이다. 지금까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그 집 앞>을 연출한 이 사람은 마주 앉은 이들에게 자기 에너지를 망설이지 않고 드러낸다. 겉으로 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자기 홍보에도 주저가 없으며 당당하게 자기 자랑도 한다. 조금 질리는 구석이 있기도 한데,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독한 여자인지를 알게 된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 미국 유학을 결행한 이후 자기 생활의 내밀한 부분을 일기 쓰듯이 찍은 이 비디오물의 노골성과 파격성은 보는 이를 질리게 했다. 157분 동안 거식증과 폭식의 유혹을 오가는 자신의 몸을 집요하게 기록한 이 영상일기는 보는 사람마저 탈진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 비디오물은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자기파괴와 유폐의 이미지들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수려하게 집 안 사물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그때 ‘자기 연민보다는 나르시시즘을 택하겠다’던 김진아는 장편 데뷔작 <그 집 앞>을 2003년에 완성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에 잠깐 공개된 것을 빼고는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여성의 자기 정체 찾기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숱한 예술영화들의 진열대에서 불행하게도 자기 생명을 얻지 못했다. 그런 뒤에 그녀는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주최 예술영화지원작 공모에 신작 시나리오를 출품했고 당선됐다. 
 
“그 소식을 듣고 뉴욕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그때까지 과연 새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종자돈이 생기니까 비로소 새 영화를 찍게 된다는 실감이 났다.” 한국과 미국의 합작 형태로 계획된 김진아의 신작은 하정우, 베라 파미가 주연으로 지난해 폭염이 한창이던 뉴욕에서 25회차로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거쳐 선댄스영화제에 공개된 후 마침내 한국 극장가에 걸리게 됐다. 김진아로선 처음 상업영화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셈이다. 이 영화가 <두번째 사랑>이다.

시사를 끝내고 충무로 근처 식당에서 만난 김진아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녀는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활짝 웃는 표정과 불안한 한숨 소리가 교차하면서 시시각각으로 얼굴표정이 바뀐다. “이건 상업영화잖아요. 어떤 이들은 감독이 영화 만들면 끝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흥행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요?” 비평적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얼굴에 좌절이 깔린다. “벌써 위로하는 건 아닌가요? 블록버스터들이 많긴 하지만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얼마나 알려질지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요?” 그리고는 계속 근심, 한탄, 비관을 쏟아내면서 거꾸로 이 영화가 흥행할 수도 있다는 말을 상대에게 듣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하정우가 홍보에 열심이지만 여주인공 역을 맡은 베라 파미가도 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그녀 자신이 한국에 일찍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울면서 속상함을 토로했다고, 신작을 체코에서 찍고 있는데 6월 말에는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때까지 <두번째 사랑>이 극장에 걸려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의 속사포를 쏘아댔다.

뉴욕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
솔직히 자기 홍보에 전력하는 김진아의 그런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진아는 적극적으로 그런 욕심을 늘 드러내는 유형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난 척 한다고 오해도 받는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친구 만들기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그녀의 성품은 이번 영화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마이클 니먼이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것도 김진아의 대시하는 성품 덕분이었다. 한 번 저녁식사를 하고 호감을 나눈 것이 전부인 그와의 인연을 밑천으로 김진아는 파격적으로 싼 개런티에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주변에선 설마 되겠느냐고 했지만 김진아가 보낸 메일에 금방 마이클 니먼은 긍정적인 답신을 보냈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선 시간별로 자신의 소감을 적은 메일을 보냈고 마침내 영화음악을 수락한 후에도 조심스럽게 개런티가 많지 않다고 양해를 구한 김진아에게 “그건 내 문제이지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렇게 화통하게 스탭으로 참여한 마이클 니먼이 작곡한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김진아가 퇴짜를 놓았을 때 감독들과 언쟁을 벌이기로 유명한 이 깐깐한 장인도 꽤 놀랐을 것이다. 김진아의 요구에 맞춰 수정한 음악작업을 끝내고 그는 김진아의 남편이자 이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어바인 대학의 김경현 교수에게 적잖게 놀라고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선댄스영화제에 <두번째 사랑>이 출품됐을 때 그들은 같은 숙소에 머물며 나이 차이를 넘어 친구처럼 놀고 지냈다. 이런 일화를 통해 실력 있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어울려 친구로 놀 수 있다고 대드는 유형의 적극적인 성품을 지닌 김진아의 면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사랑>에서 인상적인 여주인공 소피를 연기한 베라 파미가는 우리에게 <디파티드>로 알려진 여배우다. “베라 파미가를 섭외하려 했을 무렵, 그녀는 메인 스트림 영화에서 떠오르는 존재였다. 모두 파미가를 이 영화에 캐스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진아는 말했다. 프리프로덕션 스탭 대다수가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시나리오를 파미가에게 보낸 김진아는 곧 직접 만나자는 전갈을 받았다. 파미가를 만났을 때 대화는 캐스팅 수락 여부가 아니라 여주인공 소피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쪽으로 흘렀다. 

흥미롭게도 베라 파미가는 <두번째 사랑>의 소피와 유사한 인생 내력을 갖고 있었다. 파미가는 프랑스 명문가의 남편과 별 탈 없는 결혼생활을 누리다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로커 출신의 남자와 새 살림을 꾸렸다. 전 남편은 모든 것을 잊을 테니 돌아오라고 말했지만 파미가는 돌아가지 않은 채 새 남자와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전 남편과는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파미가는 영화촬영이 없을 때면 뉴욕 인근의 농장에서 오리 떼를 몰며 지낸다. 그녀 자신의 개인적인 이력과 맞물려 파미가는 <두번째 사랑>의 소피에게 강렬하게 동화됐다. “베라 파미가와는 아무런 소통의 문제가 없었다. 그녀가 나보다 더 여주인공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촬영기간 동안 친구가 됐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파미가가 보여주는 연기는 감독 김진아의 입장에서 보면 신의 은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유복한 한국인 사업가 남편과 사는 주부 소피를 연기하는 그녀는 수태능력이 약해 아이를 갖지 못해 괴로워하는 남편의 고뇌를 덜어주고자 뉴욕에 불법체류하는 한국 남자 김지하와 계약을 맺고 임신을 시도한다. 싸늘하게 이어지는 이들의 육체관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희미한 사랑의 단계로 나아가고 마침내는 격렬한 애정으로 휘몰아칠 때 소피의 안락하지만 무미건조한 중산층 행복의 허상도 산산조각난다. 
한 여자의 자기 정체 찾기라는 주제는 여기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뤄지지만 점프 컷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일관한 스타일 속에서 포착되는 베라 파미가의 얼굴 표정, 손짓, 벌거벗은 가슴과 등, 세세한 주름 하나까지 한 여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들여다보는 듯한 감당 못 할 압도감을 준다. 망원렌즈로 당겨놓고 들어오는, 다른 영화에 비해 1인치 더 치고 들어오는 난폭한 카메라의 존재를 당당하게 받아내는 강력한 기운이 배어나서 베라 파미가라는 여배우의 얼굴 하나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이 생겨난다. 
흔히 열연을 한다고 했을 때의 그 배타적인 나르시시즘의 기운이 전혀 의식되지 않는 가운데 천 개의 표정을 지닌 여배우의 실존적 불안과 열망이 스크린 공기 전체를 잠식하는 것이다. 

베라 파미가의 매력을 결과적으로 뒷받침해준 이 거칠고 과감한 스타일은 <두번째 사랑>의 매력을 지탱하는 것이지만 뉴욕 현장에서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유럽영화에선 곧잘 볼 수 있지만 뉴욕 인디영화계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거친 생략적 편집과 들고 찍기 촬영으로 짜인 김진아의 콘티는 스탭들의 반발을 샀다. 촬영 첫날부터 조감독, 라인 프로듀서를 비롯한 주요 스탭들은 이대로는 영화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김진아의 남편이자 프로듀서로 현장에 있는 김경현 교수에게 끊임없이 어필했다. 노조에 가입된 스탭들을 고용해 하루 12시간 근무로 25회차 촬영으로 마무리된 <두번째 사랑>의 현장은 10분이라도 지체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시간과의 싸움에 대한 강박과 뉴욕의 여름 폭염과 스탭들의 보이지 않는 거부감 속에서 엄청난 긴장으로 치러졌다. 

“한국과는 달리 뉴욕에서 영화를 찍을 때 감독은 현장의 모든 스탭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는 한시도 자리에 앉아 있을 틈이 없다. 모든 파트와 관련해 바로바로 연출자로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김진아의 현장 지휘 모습을 보고 보통 강단을 지닌 연출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이 영화의 제작사인 나우 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사석에서 말했다. 

자기 앞의 생
어떤 사연을 거쳐 영화가 만들어졌든 간에 결국 평가를 위해 남는 것은 영화의 완성도뿐이다. 앞서 말한 대로 비상한 화면 사이즈 연출 감각을 보여주는 <두번째 사랑>에는 단순한 플롯에 심은 세밀한 디테일을 보는 재미로 가득 차 있다. 지하와 소피가 돼지우리 같은 지하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관계를 맺을 때 소피는 자신의 속옷을 곱게 개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자신의 몸을 제외한 어떤 것에도 외간 남자의 흔적이 남는 것을 꺼리는 이 백인 여자에게 지하 역시 유쾌한 기분일 리가 없다. 관계를 맺으면서 지하는 자신에게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무슨 눈이 이렇게 파래?” 그들은 당연히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그들이 소통하는 것은 각자 간직한 상처를 서로 드러내어 생채기를 내는 일련의 폭력을 통해서다. 그 과정이 내밀하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표현되는데도 숨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역시 연출과 연기 덕분이다. 여자의 정체를 슬쩍 파고드는 남자의 질문에 “담요를 새로 사야겠어요”라는 일상적인 말로 여자가 둘러칠 때, 그 평범한 말의 오감 사이에 끼어드는 눈빛의 마주침과 외면과 정적과 닿을 듯 스쳐지나가는 상처의 공명은 문자로 언어화될 수 없는 시각적 서술의 어떤 경지에 이른다. 

뉴욕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하면서 자신보다 상류층인 백인 여자에게 씨내리 역할을 하는 한국 남자가 상대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공격하는 것뿐이다. 섹스라는 관계의 외피에서 백인 여자 소피는 남자의 정액을 받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자신을 밀봉하려 든다. 그들이 차이나타운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설전을 벌일 때 우아하게 퇴장하려는 그녀에게 지극한 모욕을 전해준 남자는 비참하게 달아난 여자가 차이나타운 골목 어딘가에서 마구 울고 있는 것을 볼 때 비로소 그녀도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상처받은 영혼이라는 걸 안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나에 대해 모르면서”라고 말하며 우는 소피 역의 베라 파미가의 연기는 남자의 연민을 사는 그런 지점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오랜 고독과 상실감으로 온몸의 신경세포가 막혀 있는 자의 절해고도의 심정을 드러낸다. 
 
이런 막다른 골목에 처한 자들의 동병상련을 묘사하는 김진아의 연출은 세련되면서도 내밀하다. 그들이 비로소 마음을 서로 약간 열었을 때 섹스 장면 묘사를 보면, 육체적인 것에서 마음을 담아내는 수준의 연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탄복할 사례가 될 만하다. 허름한 아파트의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서로 몸이 함부로 닿을까 저어하면서 서서히 몸을 열고 망설이면서 빠져드는 육체와 마음의 합일상태에 이르는 것은 남녀관계의 작은 기적이자 동시에 파국이다. 그들은 이후 백인 중산층 여자와 한국인 불법체류자라는 남녀 사이의, 인종 사이의, 계급 사이의 매우 위험한 경계를 넘는다. 

상투성과 겨루는 상업영화의 숙명 속에서 <두번째 사랑>은 1인치 더 들어가는 클로즈업의 생생함으로 증명하듯 개인의 내면을 파헤치는 것으로 생명을 얻는다. 경건한 가족모임 파티에 불쑥 끼어드는 불온한 연애의 판타지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영화 종반의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점프컷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표현도구다. 거듭 점프하면서 무의식의 열망의 단계를 모방하려는 듯한 영화의 호흡은 허다한 대화 장면들에 끼어드는 침묵과 정지의 순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이 일탈의 연대기에 섬세한 배려의 시선을 입힌다. 우리는 희생자가 될지도 모를 이 위험한 연애의 실행자들인 주인공들에게 무작정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망설임과 두려움까지 받아들임으로써 적극적인 공범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말은 명쾌하게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일방적인 행복이나 희망이라는 것도 없고 다만 살아낸다는 것의 약동하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소피가 잔잔히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아들과 함께 놀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모든 것은 관객의 상상에 맡겨둔 채 카메라는 소피의 모습을 지극히 바라볼 뿐이다. 클로즈업을 버텨내는 기운을 타고난 배우 베라 파미가는 여기서도 관객에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을 걸고 있다. 거기서 관객의 상념은 더 뻗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진아의 연출은 거기까지만 안내한다. 

영화 속의 다른 대목에서 바깥 유리창을 통해 샤워를 하는 소피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샤워를 하다 말고 문득 소피는 겨드랑이를 쳐들어 자기 몸의 냄새를 맡는다. 끊임없이 주변을 배려해야 한다는 강박을 보이는 정숙한 현모양처이지만 불안한 영혼의 소유자였던 소피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 자신을 탐색하고 자기 앞에 솔직해지는 그런 여자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한참동안 자신에게 집중하다가 아참, 당신들은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묻는 당당함이 이 영화의 후반부에 묘사되는 소피의 캐릭터에게서 풍겨나는 것이다.

그건 결국 이 영화의 감독 김진아의 또 다른 자아가 스며 있는 캐릭터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두번째 사랑>은 상처받은 영혼들의 결합이라는 보편적인 위반의 러브스토리를 계급과 인종을 뛰어넘는 플롯에 녹여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는 분방한 스타일로 치고 들어간 한 여성 감독의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사회에서 백인 여자와 한국 남자의 육체적 관계를 드러내고 묘사한 이 러브스토리를 수용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중산층 도덕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모럴을 찾는 여성 주인공을 용서하지 못할 남성 관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두번째 사랑>은 거꾸로 꽤 용감한 영화이자 오래 준비한 자의 손맛도 있는 이미지의 정찬 코스가 될 것이다.
김영진 편집위원

 

‘씨받이’를 뒤집어놓은 여성영화죠

여성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혹시 풍채 좋고, 입담 좋은 아줌마거나 머리 짧고 중성적인 외모가 떠오르는가? 21일 개봉한 <두번째 사랑>의 김진아(35) 감독은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여성스럽고 젊으며, 체격도 왜소하다. “여자감독이먼 덩치 크고 연륜이 있다고 으레 생각하죠? 그래서 한때 군인처럼 머리를 깎기도 했는데. 그리고 저 젊은 감독 아니에요. 오히려 늦었죠. 남자 감독들 대부분 20대부터 활동하고, 주목받잖아요. 삼십이 훌쩍 넘었는데….”

김진아. 그의 이름이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세대 감독이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그동안 자신의 일상을 담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그 집 앞> 같은 다큐멘터리를 선보여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얼마 전 니콜 키드먼,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배우와 샘 레이미, 마이클 만 등의 스타감독을 보유한 최고의 에이전시인 시에이에이(CAA)와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하버드대 시각예술학부 교수다.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상업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한미합작으로 만들어졌는데,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게 됐다. “평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에요.” 19일 만난 김감독에게선 자신감이 배어났다. 각각 <디파티드>와 <용서받지 못한 자>로 미국과 한국에서 뜨고 있는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가 주인공으로,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피아노>의 마이클 니만이 음악감독으로 나섰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사랑>은 “섹스를 두고 거래를 시작한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하룻밤 대가로 100만달러를 받고 아내를 빌려주는 <은밀한 유혹>(1993)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다. 이 진부한 소재에서 그는 ‘여성의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를 끄집어냈다.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도 “여성의 심리묘사가 간결하면서도 섬세”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소피(베라 파미가)는 임신능력이 없는 남편에게 아이를 안겨주려고 외모가 닮은 한국인 청년(하정우)에게 ‘한번에 300달러, 임신하면 3만달러’라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섹스의 주도권 역시 소피가 쥔다. 소피는 남편에게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고 울며 매달리지 않는다. 안나 카레리나처럼 기차에 몸을 던지지도 않는다. “누구와 맺어졌든, 그가 원하는 삶과 행복을 스스로 찾았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영감을 그가 존경하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서 받았다고 한다. “<씨받이>는 남성적 시각에서 그려진 영화잖아요. 대를 잇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씨받이가 되고, 아이를 뺏긴 씨받이는 절규하다 자살하는 것이요. 여기에서 여성이 선택하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두번째 사랑>은 철저하게 <씨받이>와 대립되는, 색다른 시각을 가진 여성영화로 봐주셨으면 해요.”

<두번째 사랑>은 과연 누구의 이야기에 가까울까? 김감독의 이야기는 아니다. “베라가 저를 처음 봤을 때 ‘자기 얘기’라고 하더라구요. 실제 베라는 모든 것을 가진 남편과 잘 먹고 잘 살다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영화가 더 빛났죠.”

다음 작품은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는 심리 스릴러물 <더 젤러스 원>(가제)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영화를 찍는 일을 하는 게 거의 ‘살인적 스케줄’이라고 한다. “8월부터는 교수직을 접고 감독만 할 겁니다. 시나리오 작업 중인 차기작은 이웃에 사는 두 여자가 서로 질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게임을 다뤄요. ‘여자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탐구한다는 면에서 <두번째 사랑>의 연장선이겠네요. 그동안 미국에서 주로 작업을 했는데, 제의만 온다면 언제든지 한국에서 작품을 만들 겁니다.”

Source: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2...

한미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연출한 김진아 감독

21일 개봉하는 한·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의 김진아 감독(33·사진)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나는 순간 선입견은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첫 인상은 부드러웠고 말투 역시 그랬다.

“남성의 법, 권위가 아니라 여성의 자비, 연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겨요. ‘여성의 남성화’가 아니라 ‘남성의 여성화’가 이뤄져야죠.”

김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 뿌리를 박고 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칼아츠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하버드대에서 3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사이 만든 ‘그 집 앞’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등이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베라 파미가, 하정우 주연의 한·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은 그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두번째 사랑’의 촬영 현장 분위기도 그의 스타일답게 시종 화기애애했다. ‘감독의 카리스마’ 따위는 찾기 힘들었다. 고성 한 번 없는 게 스태프와 배우가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영화 ‘피아노’의 음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만이 참여한 것도 김감독의 배경과 이런 부드러운 섭외 덕택이었다. “그런 유명한 양반이 음악을 맡아주겠어?”라며 회의하던 사람들도 놀랐다. 영화 음악의 장르는 물론 현대음악에서도 거장급으로 통하는 니만은 국내 영화 음악가들보다도 싼 개런티를 받고 참여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부드럽지 않다. 통속적인 불륜 드라마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결정적인 곳에서 균열을 보인다. 성공한 미국의 한인과 결혼한 백인 여성 소피가 주인공. 보수적인 기독교도 남편과 그 가족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를 가지려 하지만 남편은 수태 능력이 없다. 이에 소피는 남편과 닮은 한인 불법 체류자 지하에게 돈을 지불하고 관계를 맺는다. 다분히 건조한 둘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게 발전한다.

스토리에 대해 찬반이 엇갈릴 것 같다는 지적에 “싫어하는 이유도 소중하다. 모두가 좋아하거나 모두 반대하는 영화는 싫다. 내 영화가 ‘뭔가 긁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고 지론을 피력했다. 

벌써 그에겐 다음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력 에이전시인 CAA와 감독 계약을 맺고, 차기작을 메이저 스튜디오인 패러마운트에서 작업한다. 내년 말 공개될 차기작은 전적으로 할리우드 자본, 배우에 의해 촬영될 예정이다. 

Sourc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

‘두번째 사랑’ 첫 한미합작영화 감독 김진아

불륜은 닳고 닳은 소재다. 친한 친구의 남편과 바람피우는 뻔뻔한 여자의 이야기가 TV 앞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들이고 있는 요즘 영화 ‘두 번째 사랑(21일 개봉·18세 관람가)’이 풀어 놓을 보따리는 어쩌면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계 변호사와 결혼한 백인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임신을 조건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의 지하(하정우)와 계약 관계를 맺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사뭇 파격적이다. 게다가 남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이가 필요하다는 여자는 원하는 아이를 가진 뒤에도 두 번째 찾아온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 관객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연출을 맡은 김진아(34) 감독의 말대로 현모양처로 살아온 소피가 “어머니가 되는 순간 성에 눈을 떠 창녀로 전락하는” 설정도 그렇거니와 남편을 배신한 여자가 받아야 할 고통스러운 결말도 없다. 여자는 대신 ‘위험한 사랑’을 통해 삶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난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은 불륜을 통한 여자의 성장인 셈이다.

“고전영화 ‘자유부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김 감독은 불륜여성에 덧씌어진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예요. 두 번째 사랑이 아니라 그녀가 찾은 두 번째 삶에 방점을 찍은 영화죠.”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그집앞’으로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첫 한·미합작으로 탄생된 영화는 뉴욕에서 올 로케이션 됐으며 올해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배우 하정우와 파란 눈의 금발 여배우 베라 파미가의 조합은 묘한 긴장감을 안겨 준다. 미술을 전공한 감독답게 영상은 세련됐고,‘피아노’의 음악감독 마이클 니먼이 빚어낸 현악 4중주 선율은 스크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몸이 가니 마음도 갔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새로운 포장지에 쌌을 뿐이라는 혹평도 내놓았다. 김 감독은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내 영화가 감정적인 뭔가를 긁고 있다는 것 아닐까.”라며 오히려 들뜬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불륜 영화에서 결말은 두 가지였죠. 무릎 꿇고 싹싹 빌어 다시 남편 밑으로 들어가 조신하게 살던가, 아니면 ‘안나 카레리나’처럼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처절하게 파멸하던가. 저는 이런 것들을 전복시키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소피가 행복하다는 것.“관객들은 그녀가 지금 누구와 살고, 아이가 누구의 아이일까를 궁금해 하겠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가 진짜 원하는 삶을 스스로 찾았다는 것이 중요하죠. 지하와의 사랑은 통과의례일 뿐이죠.”

차기작은 심리 스릴러물. 파라마운트사와 함께 작업한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이름을 떨친 그녀가 본격적으로 주류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자각하는 여성을 다룰 것이란다. 타이완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리안 감독이 그녀의 역할모델이란다.“영국 클래식에서부터 미국식 서부극, 중국 무협 등 어떤 장르에서건 그 안에 항상 억눌린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아요. 저도 리안 감독을 닮고 싶어요.”

Source: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

김진아 감독 "백인女ㆍ동양男에 대한 전복"

한미 합작영화 '두 번째 사랑'의 드라마는 어찌 보면 전형적이다. 완벽한 남편을 두고 있는 한 여자가 아이를 갖기 위해 가진 것 없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그러나 외피를 벗어나 세 인물의 성장 배경과 캐릭터, 인종 구성을 따져보면 참으로 파격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영화를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 소개하며 미국 주류영화계의 관심까지 붙든 김진아(34) 감독은 서울대 서양화과 92학번. 대학 졸업 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칼아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에서 3년 동안 강의를 했다. 그가 대학 4학년 때부터 쓴(?) 영상 일기를 모은 '비디오 일기'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상영되며 주목받았고, 칼아트 졸업작품으로 내놓은 단편 '빈 집'이 독일 오버하우젠 영화제 등에 출품돼 시선을 끌기도 했다.

21일 국내에 개봉될 장편 데뷔작 '두 번째 사랑'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성공한 한인 부류에 속하지만 여전히 이방인인 그가 미국 주류사회 일면, 이민자들의 삶의 편린, 성별과 인종과 자본의 계급 서열 등을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이야기의 원형은 몇 개 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걸 비틀 뿐이죠. 이창동 감독님의 '오아시스'도 결국은 원수 집안의 남녀가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전형적인 멜로입니다. 다만 그 원형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겠죠. 전 정공법을 택하고 싶었어요.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공격적으로 도전해 다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살펴보자. 

'디파티드'에 출연했던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소피는 겉으로 보면 완벽한 조건에서 살고 있다. 한인 이민가의 2세지만 백인도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남편이 주는 조건이다. 그러나 그는 성공한 아시아계 이민자가 화룡정점으로 선택한 '백인 여자'다. 그는 백인이고, 예쁘다는 외적 조건은 뒤떨어지지 않지만 극중 표현처럼 '무식한 집안'에서 자란 여자다.

한국인 두 남자의 캐릭터를 들여다보면 더욱 미묘하며 미국, 아니 서양에서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암묵적으로 담겨 있다.

"미국에서, 특히 주류사회를 알 수 있는 하버드대에서 지내며 동양 남자에 대한 미국인의 시선을 알 수 있었어요. 서양인에게 동양 남자는 성적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차이나타운 등에서 일하는 동양 남자들을 보면 어느 계층 못지않은 성적인 존재인데도 서양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마치 최근 한국에서 아시아 이주노동자를 보는 시선이랄까요. 그런데 백인 여자 소피를 성공의 트로피처럼 안은 성공한 한인 남자 앤드루는 정자 능력이 떨어져 성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죠. 이에 반해 지하는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전형적인 동양 남자지만 결국 백인 여자를 성적으로 눈뜨게 합니다."

그는 설명을 하며 '전복'과 '뒤집기'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전복에 대한 김 감독의 의지는 소피의 변화에서도 포착된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의존과 모성의 대상인 어머니와 성적 대상인 창녀 아닐까요? 그런데 소피는 임신을 한 순간 오히려 성에 눈을 뜨며 창녀처럼 굽니다. 지하와의 섹스를 갈망하죠. 임신해서 오히려 성을 찾아가는 것 역시 전복이라고 봅니다."

김 감독이 이처럼 미국에서 살면서 마주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하는 방식은 멜로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강의하며 1950년대 할리우드 멜로영화와 1960년대 한국의 멜로영화를 집중해 다시 볼 기회를 가졌고, 마침내 '멜로는 위대한 장르'라고 생각했단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제 주제의식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되더군요. '여성의 욕망은 무엇일까' '여성이 욕망을 추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데 여타 장르와 달리 멜로는 여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장르니까요."

그래서 영화는 마침내 소피가 "이 아이는 내 아이"라고 소리치며 남자는 보이지 않은 채 아들과 뱃속의 두 번째 아이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지향한다.

"남자에 의해서가 아닌, 소피가 자기 삶을 찾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굳이 소피의 남자를 관객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는 게 그의 의중.

그는 최근 할리우드의 유력 에이전시인 CAA와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이 총망라돼 있는 이 회사는 영화의 총괄적인 기획을 담당한다. 주류 영화계로 발을 들여놓은 셈. 또 파라마운트사와 계약해 작업할 예정이다.

상업적 접근을 하는 데 대해 김 감독은 "영화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전세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리안 감독을 언급했다.

"리안 감독은 자국에서 인정받은 후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에 들어왔죠. 뭔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분의 작품을 보면 어느 장르에서든 '네가 내 가슴에 대해 뭘 알아?'라는 대사가 들어가요. 인간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표현하는 말이죠. 그걸 보며 느꼈어요. 자기 마음대로 장르를 휘두르면서, 상업 코드를 이용하면서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저 역시 장르의 힘에 기대고 상업적으로 많은 관객과 주파수를 맞추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너무 주제넘게 말하는 것 같네요."

기획의 힘과 작가 정신이 상업적 파워를 갖고 이상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에 대한 그의 소망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만하다.

Source: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확 비틀었죠”… ‘두번째 사랑’ 의 김진아 감독

'두 번째 사랑'(제작 나우필름, Vox3)은 영어 제목 '네버 포에버'로 더 잘 알려진 영화다. 본격적인 한·미 합작 영화로 김진아 감독과 주연배우 하정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또 지난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미국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점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개봉(21일)을 앞두고 김진아(34) 감독을 만났다. 영화가 주는 느낌과 딱 들어맞는 섬세하고도 당찬 여성이었다. 영화는 한국계 변호사와 결혼한 백인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임신이 여의치 않자 한국인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를 만나 계약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 그동안 다른 이의 삶에 얽매여있던 여자는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랑과 주체적인 삶을 얻게 된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자신의 미국 생활을 담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재미교포를 주인공으로 한 '그집앞' 등 두 편의 장편을 만든 뒤 최근까지 하버드 대학 시각예술학부 교수를 지내는 등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따져보면 미국에서 산 기간은 7년 정도인데 그곳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신예 배우로 마틴 스코세지의 '디파티드' 등에 출연했던 베라 파미가와의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전 그렇게 유명 배우인 줄 몰랐고 '다운 투 더 본'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베라를 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나 해서 시나리오를 보내봤죠. 의외로 바로 연락이 왔고 처음 만날 때부터 너무 잘 통했어요. 친자매처럼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소피라는 캐릭터를 함께 잡아갔죠."

그는 성공적으로 영화 현장을 조율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의외로 '여자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베라는 '네가 여성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어요. 노출이 많은 점은 여배우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제가 그의 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출연했다는 거죠. 또 스태프와의 관계에서도 여성이 유리해요. 친화력이 있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상대는 더 헌신적으로 일하거든요."

어찌보면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인 이 영화를 찍은 계기를 물었다. "멜로는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유일한 상업 장르죠. 그러나 대부분 영화들이 여성의 욕망은 성취되지 못한 것으로 남겨두는 점이 불만이었어요. 저는 여자가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집하면 어떻게 되나, 그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던 소피가 남편을 위해 희생을 자처하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간 '어머니 아니면 창녀'로 구분되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으로 그는 더 본격적인 상업영화에 진출한다. 파라마운트사의 제의로 여자들간의 심리 스릴러인 '더 젤러스 원'(가제)의 연출을 맡아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내 의식을 구성하는 90%는 '여자'라는 자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지 자못 기대된다.

2007 ‘소피의 선택’…김진아의 ‘두 번째 사랑’

영화 ‘두 번째 사랑’은 여러가지로 낯설다. 백인 여자와 한국인 남자가 멜로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것, 흔히 ‘씨받이’라 불리는 대리모가 아니라 ‘대리부’라는 설정이 등장하는 것, 동양인도 아닌 푸른 눈에 금발을 한 여인의 사고방식이 구시대적이라는 것. 

낯선 풍경, 익숙한 감정 
특히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숙원의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디파티드’에서 맷 데이먼과 리어나도 디카프리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베라 파미가가 한국이 공동제작한 미국 독립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것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묘한 건 그런 생경한 풍경들이 익숙한 감정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결국 사랑이라는 건 인종과 계급과 공간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감정이라는 것인가. 
영화는 ‘소피의 선택’을 따라간다. 첫사랑이자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빗 맥기니스 분)를 남편으로 둔 소피(베라 파미가 분). 결혼으로 완성시킨 완벽한 첫사랑이 언젠가부터 뿌리채 흔들린다. 아이가 없어서라고 판단한 소피는 인공수정에 매달리지만 건강하지 못한 앤드류의 정자로는 허사다. 

300달러의 유혹, 그리고 사랑은 시작되었다 
타인의 정자라도 시술해달라는 소피의 요청에 의사는 불법이라는 답을 돌려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절박한 소피 앞에 남편과 흡사한 외모의 남자가 나타난다. 남자는 한국인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 분). 지하는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를 데려오기 위해 세탁소 정육점 허드렛일부터 짐 운반, 시계 판매 등 닥치는대로 일하며 돈벌기에 급급하다. 그날도 정자 기증으로 돈 좀 벌어보려다 소피의 눈에 띄었다. '300달러의 유혹’.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1번에 50달러를 벌 수 있는 돈벌이를 거절당한 지하에게 소피는 ‘1번에 300달러, 임신하면 3만달러’라는 제안을 한다. 여자는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애인과 함께 살기 위해 은밀한 거래를 시작하는데…. 
 
소통의 욕구, 그 탈출구 ‘사랑’ 
첫사랑을 위한 몸부림의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째 사랑’이 찾아온다. 그저 몸섞임이 가져온 열정일까.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에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내민다. 하나는 소통의 욕구이다. 미국 사회 주류인 백인 소피가 한국계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겪는 소통의 단절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 기도로 표현된다. 기도하는 방법도 모르는 그녀인데, 소피의 잉태 축원 기도는 한국말로 진행된다. 아예 미국 주류사회에 낄 수 조차 없는 지하의 소통의 부재, 소외는 두말 할 나위 없다. 소통을 원하는 두 사람에게 사랑은 가장 좋은 소통 수단이다. 인간 사회의 소통에 대한 관심을 영화로 표현해온 김진아 감독의 화두가 이번 작품에서도 표면에 배치돼 있다. 
 
‘소피의 선택’…나를 사랑하라 
다른 하나는 소피의 자아발견이다. 자신의 감정보다는 상대의 기분을 먼저 배려하는 소피, 그리고 그런 그녀의 특성을 좋아하고 향유하는 남편. 자상한 듯 보이지만 일방적인 남편의 특성은 장례식에 다녀온 뒤 막무가내로 식탁 위에 소피를 눕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하는 그런 소피에게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남편이 건성 가르쳐준 기도법을 정성스레 일러준다. 돈을 매개로 한 목적성 관계지만, 지하는 소피의 상태를 배려하는 따뜻함을 보인다. 두 사람의 소통 욕구가 수면 위에 있다면, 소피의 자아발견을 수면 아래서 영화를 받치고 있다.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등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해온 김 감독의 여성주의적 시선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확인된다. 장소가 어디이고 소피의 현재 상황이 어떤 것인 충분히 짐작되지만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남자의 보호 아래서 누리는 행복이 아니라 ‘소피의 선택’인 것이다. 

김진아 감독의 서정적 영상 돋보여 
‘씨받이’와 대치되는 개념인 ‘씨내림’, 그것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대리부의 이야기가 신선하지만, 어찌보면 영화의 스토리는 뻔하다. 김진아 감독 스스로도 “1950년대 멜로를 비틀어 쓴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 뻔한 얘기가 통속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사랑이 영원하다(원제: never foever)고 믿냐’ 는 자못 진지한 물음으로 다가서는 건 김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 덕이다. 
군더더기 없는 편집, 자주빛 안개가 낀듯 우수어린 영상과 피아노를 베이스로 한 서정적 음악이 눈과 귀를 감싼다. 무엇보다 영상 자체에서 감정이 묻어나는 게 압권이다. 공동제작을 맡은 이창동 감독도 “생산공장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미국 독립영화 시스템에서 제 호흡을 잃어버리지 않고 이 정도의 집중력있는 영상을 얻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베라-정우의 신뢰감 있는 ‘호흡’ 빛나 
또 하나,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의 밀도있는 연기가 관객들을 소피와 지하의 내면으로 끌어들인다. 스크린 위의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처럼 다가서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배우는 흡인력 있는 연기로 스토리에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베라 파미가가 선댄스영화제 공식석상에서 “지금까지 공연한 배우 중 가장 멋진 건 리어나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도 아니고 쥬드 로도 아니고 하정우”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배우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헐리우드 유명 스타답지 않게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는데 작품이 끝나도록 한결 같았다”고 칭찬했다. 

 

'두번째 사랑', 뻔한 '계약관계'도 감독과 배우하기 나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한국 극장가 융단폭격, 심형래 감독의 새 영화 '디 워'의 요란스런 등장, '한국 영화의 잔다르크'라던 전도연과 송혜교의 새 영화들. 칸 영화제의 첫 여우주연 수상과 여전히 구태의연한 대종상.

제작과 흥행의 침체와 달리 최근 영화계는 꽤 부산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란 속에서 선댄스가 주목한 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바로 ‘두 번째 사랑’이다. 

'두번째 사랑'은 한국의 나우 필름과 미국의 VOX3이 함께 제작한 최초의 한미합작 영화이다. ‘두 번째 사랑’은 이창동 감독의 제작 참여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7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 직접 자리해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할 만큼 ‘두 번째 사랑’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멜로란 그릇에 알맞게 녹인 인종과 계급 문제
‘두 번째 사랑’은 단순히 소개하면 백인 여자와 아시아계 남자의 진한 멜로 영화다. 여주인공 소피(베라 파미가 분)는 변호사인 한국계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중산층의 여유를 누리고 있지만 아기가 없어 이들의 결혼 생활을 힘들게 한다. 소피는 어떻게든 아기를 가져 사랑하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인공수정 등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실패다. 

남편의 자살 기도 후 불임센터를 찾았던 어느 날, 소피는 자기 정자를 팔려다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거절당하는 한국인 청년 지하(하정우 분)를 보고 무작정 그의 뒤를 쫓는다. 지하는 세탁소, 정육점, 레스토랑 등 가리지 않고 일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 그는 한국에 있는 애인을 데려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며 돈을 모은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소피는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한 번의 섹스에 300달러, 임신을 하면 3만 달러를 주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소피의 간절함과 거액의 제안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지하의 마음을 바꿔놓고 그들의 거래는 시작된다. 
거래로 시작한 관계에서 소피와 지하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나눈다. 함께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할 때, 소피는 지하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며 거래의 끝을 알린다. 

짧은 거래가 끝난 후 소피와 지하는 서로 그리워하다 다시 만남을 갖지만 소피의 남편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 분)에게 발각되면서 이별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30대 중반의 여성인 김진아 감독은 이렇게 ‘두 번째 사랑’에서 멜로라는 가장 흔한 영화의 그릇 속에 인종과 계급이라는 예민한, 자칫 잘못 다루면 오히려 생뚱한 흐름으로 튈 수 있는 재료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녹여냈다. 

이야기의 전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도, 불필요하게 설명하는 것도 없이 깔끔하다.

베라 파미가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또 사랑에 빠지는 여인으로 분해 할리우드가 인정한 차세대 스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고, 하정우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앞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매력을 표출하며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나리오만 보고 흔쾌히 작업에 동참한 영화 '피아노'의 음악 감독 마이클 나이만의 음악은 두 말 할 나위 없을 정도. 적절하게 영화의 감성을 표현한다.

애절하고 격정적인 멜로 영화 ‘두 번째 사랑’은 21일 개봉한다. 

글로벌 프로젝트 ‘네버 포에버’, 선댄스에서 관심과 찬사 쏟아져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미국영화 경쟁부문에 진출한 ‘네버 포에버’(김진아 감독, 나우필름/Vox3 필름 제작)가 비록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깊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네버 포에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지하(하정우 분)와 파란눈의 여자 소피(베라 파미가 분)의 비밀스럽고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1월 21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시작으로 22일 프레스 스크리닝과 26일까지 이어진 일반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네버 포에버’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에 몰입했고,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극 중 소피와 지하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 받았다”, “최근 본 멜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사랑이야기다”, “매혹적인 멜로드라마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미국의 유력지 버라이어티도 ‘네버 포에버’를 “정서적으로 강력한 멜로 드라마다”며 “김진아 감독이 놀라운 내러티브적 이해력을 작품을 탄생시켰다. 자연조명은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능숙하게 주시하고 리드미컬한 카메라 워킹은 멜로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호평했다. 

특히 뉴욕에 찾아 든 지하 역을 맡은 하정우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신선한 얼굴이다. 스크린 속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신비한 느낌의 남자이고 존재감이 강한 배우다”, “섬세하고 조용한 얼굴로 수많은 말을 전하는 배우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심과 주목을 받은 ‘네버 포에버’는 올 봄에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선댄스 영화제 미국 영화 경쟁부문 진출

하정우 주연의 한미합작프로젝트 <네버 포에버>가 미국 유타주에서 2007년 1월 18일부터 열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에 진출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감독들을 배출해 낸 선댄스 영화제는 세계 영화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가장 중요한 영화 축제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은 <메멘토>, <저수지의 개들>, <헤드윅>, <허슬 앤 플로우>, <슈퍼 사이즈 미>,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등 수많은 화제작들을 발굴해낸 부문으로 매년 미국에서 제작되는 수백편의 출품작 중 단 16편만이 선정된다. 2007년 선댄스영화제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에는 996편의 출품작이 경쟁을 벌였다. 

<네버 포에버>는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작품. <그 집 앞>으로 주목받은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어공주>를 만든 나우필름과 미국의 박스3(VOX3)에서 공동제작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시간> <구미호 가족> 등으로 주목받아온 하정우가 성공한 한국인 2세 변호사를 남편으로 둔 백인 여인 소피와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며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한국인 남자 역으로 분했다.

한편, 소피 역은 최근 개봉한 <디파티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베라 파마가가 맡았다. 나우필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 1순위로 알려진 베라 파마가가 <네버 포에버>의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이 영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격정 멜로 <네버 포에버>로 감각적인 영상과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진아 감독은 이번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세계 영화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Source: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

한국남자 미국여자 격정 연애담

<네버 포에버> 뉴욕 제작기 

실질적인 한미 합작 1호 프로젝트인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가 최근 크랭크업했다. 베라 파미가를 캐스팅, 뉴욕에서 로케이션을 끝내기까지 <네버 포에버> 프로덕션의 전모를 들여다본다.

한국영화가 거대한 미국시장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북미시장에서는 그 인지도가 미미하다.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이 미국에서는 3,000개나 넘는 스크린을 확보,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미국개봉 당시 29개의 스크린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 혹은 스크린당 좌석점유율을 떠나 북미시장에서 한국영화는 영원한 마이너리티다. 

최근 이처럼 견고한 미국시장을 겨냥한 한미 합작영화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엘제이필름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작한 미국의 포커스필름과 합작계약을 맺고 <프린세스 줄리아>를 제작 중이며, 아이에치큐는 LA에 지사까지 세웠다. 한편, CJ엔터테인먼트는 한국계 마이클 강 감독이 연출하는 <웨스트 32번가>를 통해 미국 내 직접 배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미국 현지 인력들을 고용하는 로케이션 수준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에 앞서 가장 먼저 한미 합작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 9월 초 크랭크업한 하정우, 데이비드 맥기니스, 베라 파미가 주연,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다.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2001)와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초청작 <그 집 앞>(2003)을 만든 김진아 감독은 현재 하버드대에서 영화제작전공 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창립작으로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를 제작했던 나우필름은 이렇게 박스3(VOX3)와 합작계약을 맺고 두 번째 영화로 제법 만만찮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박스3는 200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특별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세크리터리>를 제작한 회사로 올해 1회가 열리는 로마영화제의 개막작인 니콜 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퍼>를 제작하며 한창 주목받고 있는 중급 규모의 영화사다. 물론 <네버 포에버>가 <영웅>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대작은 아니며 김진아 감독 역시 국내에 특별한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네버 포에버>는 중급 장르 영화의 북미시장 공략과 효율적인 배급, 미국 제작 시스템 내에서의 본격적인 프로덕션 가동이라는 점에서 단연 눈여겨 볼 만한 사례다. 

<네버 포에버>는 강렬한 러브스토리 

김진아 감독은 이전부터 나우필름과 차기작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를 주목하고 있던 나우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기존 충무로 영화와는 색다른 감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렇게 작년에 <네버 포에버>와는 다른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던 중 이야기는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 했고 김진아 감독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서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한 김진아 감독이 얼마 뒤 <네버 포에버>의 첫 번째 트리트먼트를 보내왔다. 본인 스스로가 오랜 미국생활을 해왔던 터, 그가 느껴왔던 미국생활의 디테일한 정서들이 한국적 맥락과도 깊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 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형적이고도 격정적인 멜로영화였다. 첫 번째 트리트먼트에 이준동 대표는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김진아 감독 역시 ‘100% 멜로드라마’라고 얘기하고 이준동 대표 역시 ‘멜로영화의 드라마투르기에 충실한 섬세하면서도 통속적인 연애담’이라고 말한다. 김진아 감독의 이전 작들인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나 <그 집 앞>과 비교하자면 좀 더 장르성에 충실한 정통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가 백인 아내 소피(베라 파미가)와 결혼한다. 뉴욕에 살지만 아들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한국인 커뮤니티를 고수하고 있는 그 가족 안에서 소피는 불편함을 느낀다. 가족의 바람대로 아들을 낳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여기에 남편의 폭력까지 더해진다. 급기야 소피는 아들을 낳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한국남자 지하(하정우)와 정자 제공을 조건으로 섹스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계약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격정적인 연애의 감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네버 포에버>는 지극히 통속적인 감정들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가장 강렬한 정서를 전달한다. 김진아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스타일과 작가적 면모가 <네버 포에버>를 향한 어떤 선입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준동 대표는 “<네버 포에버>가 너무나 흡입력 있고, 보편적인 멜로드라마라는 것에 끌렸다. 지극히 통속적인 것이 얼마나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진아 감독도 <네버 포에버>가 자신의 첫 번째 본격적인 상업 영화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나의 첫 상업 영화’라는 것 외에는 이번 작업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소위 말하는 상업 영화의 본분에 충실한, 보다 대중적인 호흡으로 폭넓은 만남의 장에 서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진심으로 애정이 가지 않는 대상이나 이야기가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만큼은 명쾌하다고 말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관음을 본질적 미학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그 관음을 정당화할 변명거리가 필요하다. 내게 있어서 그 변명은 대상에 대한 '격렬한 애정'이다. 여기서 나만의 테마라면 ‘원하면 안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사람들, 그런 것들이 내 영화의 변하지 않는 테마”라는 게 그의 얘기다. 

VOX3와의 합작, 그리고 베라 파미가 

<네버 포에버>의 무대는 뉴욕, 이전 한국영화들처럼 현지 배우를 섭외해 로케이션만 미국에서 하고 한국인 스탭들로만 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제작자로서는 편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준동 대표는 좀 더 생각을 확장시켜 한미 합작을 구상했다. 발상을 전환하고 보니 오히려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쉽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준동 대표는 “부담은 줄이고 기회는 높이고, 제작자 입장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가면 편한데, 내부적으로 고민해보니 오히려 합작 형식이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먼저 우리가 직접 현지 진행을 하게 되면 크리에이티브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낭비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하면 베라 파미가 같은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힘들다”며 “박스3와 접촉하면서 우리가 시나리오 등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면, 그쪽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덕션상의 인력 고용이나 현지 로케이션 진행을 맡기로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박스3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았다. 아마도 그쪽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합작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제작자 앤드류 피어버그가 이끌고 있는 박스3는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세크리터리> 이후 한창 주목받고 있는 제작사다. 박스3에서 제작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세크리터리>의 스티븐 샤인버그 감독은 이후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하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빌 포프 촬영감독까지 끌어들여 <퍼>를 완성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세크리터리>의 스티븐 피어버그 촬영감독이 앤드류 피어버그의 동생으로, 동생이 먼저 영화계에 투신한 이후 영화계로 건너온 앤드류는 박스3 이전 활동까지 포함 20편 이상을 제작한 베테랑 제작자다. 합작계획이 무르익어가던 중 이준동 대표는 앤드류를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했고 두 사람이 막역한 ‘소주’ 친구가 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앤드류는 <네버 포에버> 촬영차 뉴욕을 찾은 이준동 대표를 ‘괜찮은 한국식당 발견했다’며 안내, 자신이 먼저 소주를 권할 정도로 지한파가 됐다. 베라 파미가를 캐스팅하고, 실력 좋은 인력들이 <네버 포에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박스3와의 합작 덕분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캐스팅 작업이 시작되면서 나우필름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3명 정도의 배우를 추천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밀려 있는 작품들이 있어 수월하게 캐스팅할 수 있는 배우들이 아니었다. 그즈음 현지 캐스팅 디렉터가 추천한 배우가 바로 베라 파미가였다. 하지만 그 역시 2006년 개봉 영화가 5편이나 되는 소위 막 뜨기 시작한 배우라 그마저도 확정적인 건 아니었다. 국내 미개봉작인 <다운 투 더 본>으로 선댄스영화제 특별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인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에 주연(원작의 진혜림 역할)으로 캐스팅되면서 주가가 급상승 중이며, 국내에는 <러닝 스케어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최근 9월 3일자 ‘뉴욕타임스’ 지는 그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에 대한 김진아 감독의 만족도는 더할 나위 없다. “베라는 처음 <다운 투 더 본>을 보고 알게 됐다. 이외에도 애드리언 브로디와 주연한 <더미> 등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은 몇 개의 영화가 더 있는데 정말 무서운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고 나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녀에게 반해 <디파티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의 상대역인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데 너무 만족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신작 <브레이킹 앤 엔터링>에 베라를 캐스팅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도 좋은 배우라고 여기저기 공식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니고, 하여간 캐스팅 디렉터는 현재 너무 주목받고 있어 캐스팅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며칠 후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40도가 넘는 고열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러 나와 줬다. 정말 고마웠고, 첫 인상에서 완벽한 소피라는 느낌이 왔다.” 
더욱이 쫑파티 날, 한국 스탭들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노래방에 가게 된 베라 파미가는 최후의 네 사람이 남을 때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을 정도로 제작자 앤드류 피어버그만큼이나 지한파가 됐다. 촬영 내내 모든 대사를 영어로 소화한 하정우의 적극성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미 합작, 모범사례 써나간다

이준동 대표는 <네버 포에버>가 한미 합작의 실질적인 첫 번째이자, 그 시스템에 가장 충실한 영화 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영화가 미국에 진입하는 방식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작 영화가 아니면서 적정한 예산의 영화로 미국의 영화산업과 제작 시스템을 제대로 체험하고, 이후 노하우까지전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만큼 <네버 포에버>는 단순한 현지 인력 고용 차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제작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익혔다. 그 시작에는 다소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제작 초기 배우노조, 운송노조 등으로부터 영화제작 허가서를 받아야 워킹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일을 추진하다 뒤늦게 알고 홍역을 치렀던 걸 제외하고는 이후 작업은 순조로웠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됐고 다만 언어 문제도 있고 스탭 성향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한국 쪽 촬영, 조명팀의 성향이 다소 다르듯 여기서도 그런 미세한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보니 ‘영화하는 사람들 어디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가령 아시아 사람들과 달리 현지 미국인 캐스팅 디렉터가 아시아인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해서 한국인 가족 엑스트라들을 구성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중국, 일본, 필리핀 사람들을 구해와서 난감한 경우 정도는 귀여운 에피소드에 속한다. 
 
워낙 계약이 철저하기 때문에 미국의 영화제작 시스템이 한국과 달리 융통성이 없을 거란 오해도 많이 풀렸다. 오히려 다양한 계약조건을 가지고 있는 탄력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월-금 매일 8시간, 월-금 매일 12시간, 월-토 매일 8시간 등 근무조건이 다양하다. <네버 포에버>는 월-금 매일 12시간으로 계약했는데 그게 단순히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가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콜 타임에 따라서 진행된다. 그러니까 아침 8시가 콜 타임이면 저녁 8시인 거다. 이준동 대표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하여간 문서가 많더라. 참여한 스탭들이 일지를 쓰고 그것에 근거해 돈을 그 사람한테 주는 게 아니라 노조에게 지급하면, 노조 회계를 대행하는 회사가 그 서류를 받아 집행하는 식이다.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모여서 하나의 통일적인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영화현장의 특수성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유은정 PD 역시 “단순히 현지 로케이션으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악명 높다는 미국 영화산업노조와 스크린액터스길드 시스템 내에서 무리 없이 제작한 첫 번째 한국영화”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네버 포에버>는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는데, 촬영허가를 받는 순간 경찰이 동행해 현장통제 등 제반업무를 지원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수월한 진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네버 포에버>는 가장 인상적인 뉴욕 풍경이 펼쳐지는 한국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고비는 오히려 시스템과 별개로 촬영 시작 전에 있었다. <네버 포에버>는 격정적인 사랑과 욕망을 다루고 있는 만큼 제법 많은 노출 신들이 포함돼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 이전 합의해야 하는 노출조항이 꽤 까다롭다. 하지만 크랭크인에 앞서 베라 파미가는 정면 노출 불가, 카메라가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것 불가 정도를 제외하고는 15페이지에 달하는 노출조항을 다 무시하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만큼 스스로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상업적으로 팔아먹는 영화가 아닌가 하고 갑자기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색다른 형태와 시스템의 영화이기에 제작 도중 그가 느꼈을 애매함과 불안감을 짐작할 만도 하다. 그 즈음 영화는 꽤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지만 베라가 김진아 감독의 전작들을 보게 되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러한 오해는 말끔히 사라졌다. ‘한미 합작’ 영화라는 화두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영화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라 할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한미 합작 사례라는 작지만 큰 발자국을 뗀 <네버 포에버>는 내년 초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집앞' 김진아 감독, 하버드大서 영화제작 지원받아

김진아 감독의 차기작 '네버 포에버'에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필름 스터디 센터가 현금 1만불과 기자재, 연구실 등을 지원하기로 해 화제다.

김진아 감독은 영화 '그 집 앞'으로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신인감독으로 올 봄부터 한국영화를 정식과목으로 개설한 하버드대 영화과에서 다큐멘터리/극영화 연출과 한국영화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차기작 '네버 포에버'는 한국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사랑을 다룬 35m 장편 영화로 현재 한미 양국에서 캐스팅 및 투자 작업이 진행 중이다.

김진아(Gina Kim) 감독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1999년 미국 칼아트 영화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외대 신문방송학과,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강사를 거쳐 현재 미국 하버드대 영화제작전공 초빙 감독 및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로 국내외에서 독특하고 섬세한 영상을 인정받은 후, 극영화 데뷔작인 '그 집 앞'으로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등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박홍규 기자 park@mydaily.co.kr

Source: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