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로젝트 ‘네버 포에버’, 선댄스에서 관심과 찬사 쏟아져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미국영화 경쟁부문에 진출한 ‘네버 포에버’(김진아 감독, 나우필름/Vox3 필름 제작)가 비록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깊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네버 포에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지하(하정우 분)와 파란눈의 여자 소피(베라 파미가 분)의 비밀스럽고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1월 21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시작으로 22일 프레스 스크리닝과 26일까지 이어진 일반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네버 포에버’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에 몰입했고,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극 중 소피와 지하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 받았다”, “최근 본 멜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사랑이야기다”, “매혹적인 멜로드라마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미국의 유력지 버라이어티도 ‘네버 포에버’를 “정서적으로 강력한 멜로 드라마다”며 “김진아 감독이 놀라운 내러티브적 이해력을 작품을 탄생시켰다. 자연조명은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능숙하게 주시하고 리드미컬한 카메라 워킹은 멜로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호평했다. 

특히 뉴욕에 찾아 든 지하 역을 맡은 하정우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신선한 얼굴이다. 스크린 속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신비한 느낌의 남자이고 존재감이 강한 배우다”, “섬세하고 조용한 얼굴로 수많은 말을 전하는 배우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심과 주목을 받은 ‘네버 포에버’는 올 봄에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네버포에버', 선댄스영화제 관심집중

영화 ‘네버포에버’가 18일 개막한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고 있다. 한국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있다. ‘저수지의 개들’, ‘메멘토’, ‘헤드윅’ 등 수많은 화제작이 거쳐 간 섹션이다.

‘네버포에버’에 대해 영화제 측은 “김진아 감독은 풍부한 이야기로 겹겹이 쌓여가는 극적 위기를 만들어냈고, 정확히 계산된 눈으로 간결하며 한 치 어긋남 없는 샷을 구성해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배라 파미가와 함께 하정우, 데이비스 맥기니스 등 배우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히 파미가는 2004년 ‘다운 투 더 본’으로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선댄스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 출연하며 세계 유수 영화제에 이미 얼굴을 알린 하정우에게도 취재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네버포에버’는 한국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비밀스럽고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국내에서는 올 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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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댄스 영화제 미국 영화 경쟁부문 진출

하정우 주연의 한미합작프로젝트 <네버 포에버>가 미국 유타주에서 2007년 1월 18일부터 열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에 진출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감독들을 배출해 낸 선댄스 영화제는 세계 영화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새로운 작품,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가장 중요한 영화 축제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은 <메멘토>, <저수지의 개들>, <헤드윅>, <허슬 앤 플로우>, <슈퍼 사이즈 미>,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등 수많은 화제작들을 발굴해낸 부문으로 매년 미국에서 제작되는 수백편의 출품작 중 단 16편만이 선정된다. 2007년 선댄스영화제 미국 영화 경쟁(American Competition) 부문에는 996편의 출품작이 경쟁을 벌였다. 

<네버 포에버>는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작품. <그 집 앞>으로 주목받은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어공주>를 만든 나우필름과 미국의 박스3(VOX3)에서 공동제작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시간> <구미호 가족> 등으로 주목받아온 하정우가 성공한 한국인 2세 변호사를 남편으로 둔 백인 여인 소피와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며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한국인 남자 역으로 분했다.

한편, 소피 역은 최근 개봉한 <디파티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베라 파마가가 맡았다. 나우필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 1순위로 알려진 베라 파마가가 <네버 포에버>의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이 영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격정 멜로 <네버 포에버>로 감각적인 영상과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 김진아 감독은 이번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세계 영화계의 중심인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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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

<네버 포에버>는 어느 정도 완성됐나.
7월 촬영을 시작해서 8월29일 끝마쳤고, 지금은 뉴욕영화의 후반작업을 거의 다 하는 포스트웍스라는 곳에서 편집 중이다.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원래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여자의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다. 그것을 언제나 화두로 생각하고 있자니까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항상 깨고 싶어하는 것이 성모 마리아 신화인데, 여자는 어머니와 창녀가 있다는 것 말이다. 둘 다 남자에게 뭔가(밥과 몸)를 준다는 점에서는 같은데, 굉장히 다른 종류의 존재로 여겨지잖나. 그런데 그게 사실은 같다는 것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른 한축으로는 멜로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불가능한 것을 원한다는 게 인간의 비극인데, 그게 가장 쓰라린 감정으로 느껴지는 게 멜로인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매우 하고 싶었다.

이야기는 어떻게 떠올렸나.
하버드대학 초청교수를 맡고 백인 도시인 보스턴에 살면서, 인종적인 자각 같은 게 생겼다. 특히 하버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백인 중심적이다. 우리 학과에 27명의 교수가 있는데 유색인종은 나뿐이다. 또 하버드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수업을 했을 때 <자유부인>이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한국 고전영화를 다시 보면서 멜로가 정말 위대한 장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보수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여성 관객을 위해 만든 영화들이라 전복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런 전복적인 요소의 결론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모든 것이 섞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탁 터진 게 <네버 포에버>의 줄거리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하루 만에 구상이 끝났고, 3일 만에 신 넘버가 있는 트리트먼트를 썼다.

정말 장르적 의미에서 멜로영화인가.
진짜 멜로영화다. 인종, 미국, 불임, 뉴욕처럼 곁가지 요소가 있지만 영화 자체를 보면 정통멜로다.

갑자기 장르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 집 앞>은 유학 끝낸 지도 얼마 안 됐고 한국에 그런 영화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게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고 나서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 집 앞>은 정말 작가의 독백 같은 영화였고, 이렇게 스스로를 반추하는 영화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멜로라는 장르에 더 끌린 것 같다. 가장 통속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베라 파미가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우리 캐스팅 디렉터가 굉장히 유능하다. (웃음) 내가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 파미가는 휴가차 외국에 있었다. <인 트랜지트>라는 영화 촬영을 위해 러시아로 가기 전 뉴욕에 하루 들른 날 나를 만나러 왔다. 시나리오를 배에서 읽고 내리자마자 나를 만나러 온 거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좋게 봤던 것 같고, 올해 상반기에만 4편을 찍는 등 바쁜 와중에도 출연을 결정했다.

베라 파미가와 하정우의 호흡이 잘 맞았다고 들었다.
촬영하기 전 하정우와 파미가가 하루 정도는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자리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리허설이 아니라 서로를 익힌다는 정도로 감정없이 평이하게 대사를 읽으면서 시나리오 리딩을 하는데, 한신이 끝나자 파미가가 시나리오를 덮더니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데 파미가는 매우 흥분해서 ‘저렇게 에너지가 센 배우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하정우에 대해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쪽 공동제작사인 복스3(VOX3)와는 어떻게 접촉했나.
줄리아나 브루노라고 하버드 동료 교수가 있는데, 그녀의 남편이 복스3의 대표인 앤드루 피어버그다. 파티할 때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는 함께 작업하자고 하더라.

한국 영화사가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천차만별인 것 같다. 다른 영화는 몰라도 내 영화는 100% 미국 스탭과 100% 미국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어떨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이게 한인들의 삶을 다룬 게 아니니까 이곳 스탭들은 미국영화에 더 가깝게 생각하는 눈치다. 하여간 그런 프로젝트들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특급 작곡가인 마이클 니먼이 음악을 맡는다고 들었다.
2001년 한국에서 열린 마이클 니먼의 콘서트에 갔는데, 니먼의 초청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와 있었다. 그런데 김 감독님이 통역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니먼과 친해졌다. 프리 프로덕션 도중 음악감독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마이클 니먼을 안다고 하니까 모두들 코웃음을 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비싼 줄 알아’ 하더라. 열 받아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시나리오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하겠다고 했다. 돈문제를 물어봤더니 자기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돈은 안 보고 일한다’고 하더라. 정말 다행이다.

Source: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419...

한국남자 미국여자 격정 연애담

<네버 포에버> 뉴욕 제작기 

실질적인 한미 합작 1호 프로젝트인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가 최근 크랭크업했다. 베라 파미가를 캐스팅, 뉴욕에서 로케이션을 끝내기까지 <네버 포에버> 프로덕션의 전모를 들여다본다.

한국영화가 거대한 미국시장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북미시장에서는 그 인지도가 미미하다. 장이모우 감독의 <영웅>이 미국에서는 3,000개나 넘는 스크린을 확보,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미국개봉 당시 29개의 스크린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 혹은 스크린당 좌석점유율을 떠나 북미시장에서 한국영화는 영원한 마이너리티다. 

최근 이처럼 견고한 미국시장을 겨냥한 한미 합작영화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엘제이필름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작한 미국의 포커스필름과 합작계약을 맺고 <프린세스 줄리아>를 제작 중이며, 아이에치큐는 LA에 지사까지 세웠다. 한편, CJ엔터테인먼트는 한국계 마이클 강 감독이 연출하는 <웨스트 32번가>를 통해 미국 내 직접 배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미국 현지 인력들을 고용하는 로케이션 수준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에 앞서 가장 먼저 한미 합작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 9월 초 크랭크업한 하정우, 데이비드 맥기니스, 베라 파미가 주연,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다.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2001)와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초청작 <그 집 앞>(2003)을 만든 김진아 감독은 현재 하버드대에서 영화제작전공 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창립작으로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를 제작했던 나우필름은 이렇게 박스3(VOX3)와 합작계약을 맺고 두 번째 영화로 제법 만만찮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박스3는 200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특별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세크리터리>를 제작한 회사로 올해 1회가 열리는 로마영화제의 개막작인 니콜 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퍼>를 제작하며 한창 주목받고 있는 중급 규모의 영화사다. 물론 <네버 포에버>가 <영웅>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대작은 아니며 김진아 감독 역시 국내에 특별한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네버 포에버>는 중급 장르 영화의 북미시장 공략과 효율적인 배급, 미국 제작 시스템 내에서의 본격적인 프로덕션 가동이라는 점에서 단연 눈여겨 볼 만한 사례다. 

<네버 포에버>는 강렬한 러브스토리 

김진아 감독은 이전부터 나우필름과 차기작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를 주목하고 있던 나우필름의 이준동 대표는 기존 충무로 영화와는 색다른 감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렇게 작년에 <네버 포에버>와는 다른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던 중 이야기는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 했고 김진아 감독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서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한 김진아 감독이 얼마 뒤 <네버 포에버>의 첫 번째 트리트먼트를 보내왔다. 본인 스스로가 오랜 미국생활을 해왔던 터, 그가 느껴왔던 미국생활의 디테일한 정서들이 한국적 맥락과도 깊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 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형적이고도 격정적인 멜로영화였다. 첫 번째 트리트먼트에 이준동 대표는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김진아 감독 역시 ‘100% 멜로드라마’라고 얘기하고 이준동 대표 역시 ‘멜로영화의 드라마투르기에 충실한 섬세하면서도 통속적인 연애담’이라고 말한다. 김진아 감독의 이전 작들인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나 <그 집 앞>과 비교하자면 좀 더 장르성에 충실한 정통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가 백인 아내 소피(베라 파미가)와 결혼한다. 뉴욕에 살지만 아들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한국인 커뮤니티를 고수하고 있는 그 가족 안에서 소피는 불편함을 느낀다. 가족의 바람대로 아들을 낳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 여기에 남편의 폭력까지 더해진다. 급기야 소피는 아들을 낳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한국남자 지하(하정우)와 정자 제공을 조건으로 섹스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계약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가 격정적인 연애의 감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네버 포에버>는 지극히 통속적인 감정들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가장 강렬한 정서를 전달한다. 김진아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스타일과 작가적 면모가 <네버 포에버>를 향한 어떤 선입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준동 대표는 “<네버 포에버>가 너무나 흡입력 있고, 보편적인 멜로드라마라는 것에 끌렸다. 지극히 통속적인 것이 얼마나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진아 감독도 <네버 포에버>가 자신의 첫 번째 본격적인 상업 영화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나의 첫 상업 영화’라는 것 외에는 이번 작업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소위 말하는 상업 영화의 본분에 충실한, 보다 대중적인 호흡으로 폭넓은 만남의 장에 서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진심으로 애정이 가지 않는 대상이나 이야기가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만큼은 명쾌하다고 말한다. 

“영화라는 매체가 관음을 본질적 미학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그 관음을 정당화할 변명거리가 필요하다. 내게 있어서 그 변명은 대상에 대한 '격렬한 애정'이다. 여기서 나만의 테마라면 ‘원하면 안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을 찾게 되는’ 사람들, 그런 것들이 내 영화의 변하지 않는 테마”라는 게 그의 얘기다. 

VOX3와의 합작, 그리고 베라 파미가 

<네버 포에버>의 무대는 뉴욕, 이전 한국영화들처럼 현지 배우를 섭외해 로케이션만 미국에서 하고 한국인 스탭들로만 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제작자로서는 편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준동 대표는 좀 더 생각을 확장시켜 한미 합작을 구상했다. 발상을 전환하고 보니 오히려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쉽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준동 대표는 “부담은 줄이고 기회는 높이고, 제작자 입장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가면 편한데, 내부적으로 고민해보니 오히려 합작 형식이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먼저 우리가 직접 현지 진행을 하게 되면 크리에이티브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낭비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직접 하면 베라 파미가 같은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힘들다”며 “박스3와 접촉하면서 우리가 시나리오 등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면, 그쪽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덕션상의 인력 고용이나 현지 로케이션 진행을 맡기로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박스3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았다. 아마도 그쪽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합작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제작자 앤드류 피어버그가 이끌고 있는 박스3는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세크리터리> 이후 한창 주목받고 있는 제작사다. 박스3에서 제작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세크리터리>의 스티븐 샤인버그 감독은 이후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하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빌 포프 촬영감독까지 끌어들여 <퍼>를 완성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세크리터리>의 스티븐 피어버그 촬영감독이 앤드류 피어버그의 동생으로, 동생이 먼저 영화계에 투신한 이후 영화계로 건너온 앤드류는 박스3 이전 활동까지 포함 20편 이상을 제작한 베테랑 제작자다. 합작계획이 무르익어가던 중 이준동 대표는 앤드류를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했고 두 사람이 막역한 ‘소주’ 친구가 되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앤드류는 <네버 포에버> 촬영차 뉴욕을 찾은 이준동 대표를 ‘괜찮은 한국식당 발견했다’며 안내, 자신이 먼저 소주를 권할 정도로 지한파가 됐다. 베라 파미가를 캐스팅하고, 실력 좋은 인력들이 <네버 포에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박스3와의 합작 덕분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캐스팅 작업이 시작되면서 나우필름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3명 정도의 배우를 추천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밀려 있는 작품들이 있어 수월하게 캐스팅할 수 있는 배우들이 아니었다. 그즈음 현지 캐스팅 디렉터가 추천한 배우가 바로 베라 파미가였다. 하지만 그 역시 2006년 개봉 영화가 5편이나 되는 소위 막 뜨기 시작한 배우라 그마저도 확정적인 건 아니었다. 국내 미개봉작인 <다운 투 더 본>으로 선댄스영화제 특별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인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에 주연(원작의 진혜림 역할)으로 캐스팅되면서 주가가 급상승 중이며, 국내에는 <러닝 스케어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최근 9월 3일자 ‘뉴욕타임스’ 지는 그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에 대한 김진아 감독의 만족도는 더할 나위 없다. “베라는 처음 <다운 투 더 본>을 보고 알게 됐다. 이외에도 애드리언 브로디와 주연한 <더미> 등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은 몇 개의 영화가 더 있는데 정말 무서운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고 나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그녀에게 반해 <디파티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의 상대역인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데 너무 만족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신작 <브레이킹 앤 엔터링>에 베라를 캐스팅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도 좋은 배우라고 여기저기 공식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니고, 하여간 캐스팅 디렉터는 현재 너무 주목받고 있어 캐스팅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며칠 후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40도가 넘는 고열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나러 나와 줬다. 정말 고마웠고, 첫 인상에서 완벽한 소피라는 느낌이 왔다.” 
더욱이 쫑파티 날, 한국 스탭들의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노래방에 가게 된 베라 파미가는 최후의 네 사람이 남을 때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을 정도로 제작자 앤드류 피어버그만큼이나 지한파가 됐다. 촬영 내내 모든 대사를 영어로 소화한 하정우의 적극성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미 합작, 모범사례 써나간다

이준동 대표는 <네버 포에버>가 한미 합작의 실질적인 첫 번째이자, 그 시스템에 가장 충실한 영화 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영화가 미국에 진입하는 방식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작 영화가 아니면서 적정한 예산의 영화로 미국의 영화산업과 제작 시스템을 제대로 체험하고, 이후 노하우까지전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만큼 <네버 포에버>는 단순한 현지 인력 고용 차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제작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익혔다. 그 시작에는 다소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제작 초기 배우노조, 운송노조 등으로부터 영화제작 허가서를 받아야 워킹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일을 추진하다 뒤늦게 알고 홍역을 치렀던 걸 제외하고는 이후 작업은 순조로웠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됐고 다만 언어 문제도 있고 스탭 성향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한국 쪽 촬영, 조명팀의 성향이 다소 다르듯 여기서도 그런 미세한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보니 ‘영화하는 사람들 어디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가령 아시아 사람들과 달리 현지 미국인 캐스팅 디렉터가 아시아인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해서 한국인 가족 엑스트라들을 구성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중국, 일본, 필리핀 사람들을 구해와서 난감한 경우 정도는 귀여운 에피소드에 속한다. 
 
워낙 계약이 철저하기 때문에 미국의 영화제작 시스템이 한국과 달리 융통성이 없을 거란 오해도 많이 풀렸다. 오히려 다양한 계약조건을 가지고 있는 탄력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월-금 매일 8시간, 월-금 매일 12시간, 월-토 매일 8시간 등 근무조건이 다양하다. <네버 포에버>는 월-금 매일 12시간으로 계약했는데 그게 단순히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가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콜 타임에 따라서 진행된다. 그러니까 아침 8시가 콜 타임이면 저녁 8시인 거다. 이준동 대표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하여간 문서가 많더라. 참여한 스탭들이 일지를 쓰고 그것에 근거해 돈을 그 사람한테 주는 게 아니라 노조에게 지급하면, 노조 회계를 대행하는 회사가 그 서류를 받아 집행하는 식이다.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모여서 하나의 통일적인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영화현장의 특수성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유은정 PD 역시 “단순히 현지 로케이션으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악명 높다는 미국 영화산업노조와 스크린액터스길드 시스템 내에서 무리 없이 제작한 첫 번째 한국영화”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네버 포에버>는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는데, 촬영허가를 받는 순간 경찰이 동행해 현장통제 등 제반업무를 지원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수월한 진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네버 포에버>는 가장 인상적인 뉴욕 풍경이 펼쳐지는 한국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고비는 오히려 시스템과 별개로 촬영 시작 전에 있었다. <네버 포에버>는 격정적인 사랑과 욕망을 다루고 있는 만큼 제법 많은 노출 신들이 포함돼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 이전 합의해야 하는 노출조항이 꽤 까다롭다. 하지만 크랭크인에 앞서 베라 파미가는 정면 노출 불가, 카메라가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것 불가 정도를 제외하고는 15페이지에 달하는 노출조항을 다 무시하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만큼 스스로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상업적으로 팔아먹는 영화가 아닌가 하고 갑자기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색다른 형태와 시스템의 영화이기에 제작 도중 그가 느꼈을 애매함과 불안감을 짐작할 만도 하다. 그 즈음 영화는 꽤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지만 베라가 김진아 감독의 전작들을 보게 되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러한 오해는 말끔히 사라졌다. ‘한미 합작’ 영화라는 화두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영화 소프트웨어 그 자체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라 할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한미 합작 사례라는 작지만 큰 발자국을 뗀 <네버 포에버>는 내년 초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열정적 사랑 이야기” 김진아 감독 인터뷰

<김진아의 비디오 다이어리>(2001)와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초청작 <그 집 앞>(2003)을 만든 김진아 감독, 그는 현재 한미 합작영화 <네버 포에버>를 연출 중이다. 김진아 감독을 만나 <네버 포에버>에 대해 들어보았다. 

<네버 포에버>는 남녀문제, 가족문제가 미국사회 내에서의 인종문제와도 겹치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모든 남녀관계, 또 모든 개인적인 관계들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내에서도 남녀관계들 중 계급문제와 무관한 커플이 과연 몇 쌍이나 있을까? 다시 말해 이 영화를 특별히 인종문제나 이민자문제를 다루기 위해 '기획'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잘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 게으른 성향과 내가 원했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에 또 다른 레이어를 주게 된 것 같다. 

당신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가장 장르성이 강한 것 같다. 
100퍼센트 멜로드라마다. 워낙에 꼭 영화뿐 아니라 근대극으로서 멜로드라마에도 관심이 많다. 영화 쪽으로는 더글라스 서크 같은 50년대 할리우드 멜로영화들의 팬이기도 하지만, 가장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은 오히려 60년대 한국의 멜로영화들이었다. 하버드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됐는데, 당시 극장 가는 것이 유일한 오락이었던 '아줌마'들을 위한 이 멜로물들이 얼마나 큰 전복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새삼 놀랐다. 그 가능성을 부활시켜 가장 멜로적인 형식으로, 가장 현대적인 주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베라 파미가가 연기하는 소피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가? 
소피는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원래 소피는 영화가 시작될 즈음 다른 사람들의 욕망과 요구를 들어주고 실현해주는 것이 자신의 목표인, 그러나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는 여자다. 그러나 가난한 한국 이민자인 지하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역설적으로 자신의 욕망(삶 자체에 대한)을 재발견하게 된다. 베라와의 작업은 정말 즐거웠다. 작가이자 감독인 나보다 더 잘 소피를 이해한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피의 작은 제스처들, 앞머리의 컬, 걷는 모습 하나까지도 같이 고민해 만들어낸 것들이다. 나는 배우를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캐릭터를 실현해줄 인형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배우에게 영감을 받고 배우가 가진 필모의 페르소나는 물론 자연인으로서의 매력까지도 적극적으로 영화에 사용한다. 베라는 이런 나의 성향을 무척 반가워했다. 또 베라를 만나고 난 후 베르메르와 모딜리아니, 드가,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등 화가들의 그림에서 영감 받은 소피의 이미지 메이킹 자료들을 보냈는데 그걸 소중히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해냈다. 

상대역인 하정우와 데이비드 맥기니스에 얘기해준다면?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영향이 컸다. 그를 탐내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하정우에게는 연예인이 아닌 '배우'의 냄새가 난다. 그것도 최무룡 선생님이나 김진규 선생님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옛날 배우의 냄새 말이다.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주말을 끼고 하루 만에 답변이 왔다. 그 박력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하냐고 묻는 말에 '외모가 제일 중요해요'라고 말하곤 해서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들고는 한다.(웃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외모는 단순히 잘생기고 못생기고 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자연인으로서의 매력, 배우로서의 카리스마와 아우라, 또 영화의 배역에 맞게 자신을 만들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유연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백지 같은 여백까지 있어야 한다. 데이비드는 연기 경력이 길지 않아 배우로서는 크게 입증된 바 없지만, 오로지 이미지와 가능성을 보고 결정했다. 내면연기가 필요한 힘든 역을 잘 소화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인, 미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이번과 같은 합작영화를 만드는 감독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평소 스스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처음 베라를 만났을 때 베라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한국남자와 결혼한 미국여자일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마 내 이름의 영문 철자 ‘Jina'가 영어로도 자연스럽게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전 같았으면 그런 말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소위 정체성 논의가 정점에 달하기도 했었고, 미국에 처음 유학 와서 아시아 여자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자각했을 때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순히 나는 나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나와 같은 무리'를 찾아 섞이기에는 너무나 많이 고립돼 있다. 하버드 시각예술 학부 교수 27명 중 유색인종은 나 하나다. 한국학생이 그렇게도 많은 하버드지만 예술 학부 전체에 한국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미국영화계에서도 아시아 여성 감독은 거의 찾기 힘들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여자라는 것, '결여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행복해져버린 까닭이다. 옛날에는 늘 생각했었다. “나는 이렇게 작은데 왜 내 한 몸을 편하게 뉘일 자리가 세상에는 없는 걸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늘 안정에 대한 그리움이 솟고 정착하고 싶을 때마다 존경하는 한 선배 언니가 하는 말처럼 ’어차피 위대함은 그들의 것이니까‘ 라고 속삭이고 훌훌 털고 일어난다. 이제는 정말 삶의 유목민이 된 것처럼. 지금은 그래서 편하다. 마초들이 판치고 백인들만이 우글대는 촬영장에서도 나는 촬영조끼보다 내 몸에 더 편하게 맞는 앞치마를 입고 일했다. 

하버드에서 진행한 한국영화 강좌나 한국영화인들의 특강의 반응은 어땠나? 
이상하게 그 한국영화 강좌가 매스컴을 타는 바람에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는데, 사실 나는 한국영화를 가르치기 위해 하버드에 초청된 것이 아니고, 시각예술 학부에서 영화를 가르치기 위해 간 거다. 아직 한국인 학생이 없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버드에도 영화과가 있다. 그러던 중 한국감독이라는 이유로 한국영화 강좌까지 잠시 맡게 된 것이다. 그 강좌는 두 학기만 하고 영화작업과 강의를 병행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 그만뒀고 지금은 영화제작 강의만 하고 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한국영화를 가르쳤던 작년 가을을 되새겨 보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학풍의 하버드 같은 경우 조심스러운 편이다. 임권택 감독, 김홍준 감독, 김동원 감독, 이재용 감독 등을 초청해 영화제를 열기도 했는데 거의 모든 상영이 매진이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니 지금 한다면 또 다를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공공연한 한국영화광이고 베라는 그의 <디파티드>에 출연까지 했다. 
베라 같은 경우 한국영화를 소문으로만 듣다가 한국영화광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 덕에 시달리고 있는데,(웃음) 과장 하나도 안 하고 스콜세지는 거의 매일 베라에게 한국영화 DVD를 택배로 보내준다. 내가 같이 놀고 있을 때 받은 것만 해도 <질투는 나의 힘>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 적어도 대여섯 개는 된다. 심지어는 베라가 스콜세지에게 하정우 자랑을 했더니, 스콜세지가 도대체 어디 나온 배우냐고 묻기에 <용서받지 못한 자>에 나왔다고 하자, 마침 그 영화를 보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비단 스콜세지뿐 아니라 한국영화가 여기 영화지식인들에게는 가장 핫 아이템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집앞' 김진아 감독, 하버드大서 영화제작 지원받아

김진아 감독의 차기작 '네버 포에버'에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필름 스터디 센터가 현금 1만불과 기자재, 연구실 등을 지원하기로 해 화제다.

김진아 감독은 영화 '그 집 앞'으로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신인감독으로 올 봄부터 한국영화를 정식과목으로 개설한 하버드대 영화과에서 다큐멘터리/극영화 연출과 한국영화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차기작 '네버 포에버'는 한국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사랑을 다룬 35m 장편 영화로 현재 한미 양국에서 캐스팅 및 투자 작업이 진행 중이다.

김진아(Gina Kim) 감독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1999년 미국 칼아트 영화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외대 신문방송학과,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강사를 거쳐 현재 미국 하버드대 영화제작전공 초빙 감독 및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로 국내외에서 독특하고 섬세한 영상을 인정받은 후, 극영화 데뷔작인 '그 집 앞'으로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등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박홍규 기자 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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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 하버드대학 영화과에 초빙

'그 집 앞', '비디오 일기'를 연출했던 김진아 감독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부임한다.

영화사 픽쳐북무비스는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해 로카르노, 토리노, 예테보리, 로테르담등의 해외 유명영화제에 초청 받았던 김진아 감독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영화과에 교수겸 초빙감독으로 부임한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하버드대학 영화과는 할 하틀리, 라울 루이즈등 유명 예술 감독들을 초청해왔으나 아시아 감독을 초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아 감독은 1년간 하버드대학에서 한국영화 감상등의 수업으로 강의하는 한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제작등 작품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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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의 , 로카르노 영화제 초청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이 제 56회 로카르노 영화제 현재의 감독 부문에 초청되었다.

현재의 감독 부문은 주목할만한 감독들의 장편을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 

김진아 감독은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가 밴쿠버 영화제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진아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그 집 앞>은 미국 유학생인 가인과 한국을 여행하는 재미교포 도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다이어트, 거식증, 원치 않는 임신과 경국 낙태약 등 여성의 몸과 욕망에 관한 담론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수퍼모델 출신의 이선진이 도희 역을,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의 최윤선이 가인 역을 맡았고 <로드 무비>에 출연했던 정찬이 노개런티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그 집 앞>은 로카르노에서 상영된 후 하와이 한국영화제에서 <오아시스>, <파이란>, <낙타(들)>과 함께 초청되어 폐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베를린영화제 초청

김진아 감독의 「김진아의 비디오일기」가 2월 6일 개막하는 제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부문(Forum of New Cinema)에 초청됐다.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어머니와 같은 삶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여자가 자폐적인 생활 속에서 거식증을 앓다 점차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미국 유학생활 모습을 담은 셀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지난해 밴쿠버 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김진아 감독은 현재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이선진ㆍ정찬 주연 영화 「그 집 앞」(제작 청년필름)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여성의 욕망, 터놓고 말해보죠”

독립영화, 여성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 집 앞’이 최근 촬영을 마쳤다. ‘그 집 앞’은 음식 거식증과 섹스 폭식증을 앓는 두 여자의 몸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진아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연출도 했다.

김감독은 “실험성을 추구하면서 정서적 내용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 했다”는 말로 작품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실험성은 창작인이 갖는 기본 욕망이자 관객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형식상의 새로움으로 관객의 심미안을 조금이라도 확장시키고 정서적 울림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여자는 사랑없는 섹스후 음식에 대한 거식증을 앓으면서 집안에 갇혀 있어요. 또다른 여자는 갑작스런 임신후 섹스에 대한 폭식증을 느끼며 거리를 배회하고요. 이들을 통해 여자들의 외로움과 욕망을 가감없이 묘사하려고 합니다”

김감독이 이 작품을 떠올린 건 2000년 가을. 언제 어디에서든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그는 이 즈음 메모상의 이미지들이 일관성을 지녔다는 걸 발견했다. 이듬해 여름 이 이미지들을 나열, 걸러내면서 정리를 하자 그곳에는 두 여자가 살고 있었다. 이후 다른 듯하지만 닮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듬고 살을 붙이면서 중편소설로 엮었고 이어 시나리오로 완성했다.

“얼핏 두 여자가 영화상의 도식적인 인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는데 모두들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몇몇 사람들은 친구 사이여서 한 이야기를 영화상에다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편해 하기도 했죠”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장편영화 제작지원작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여주인공은 슈퍼엘리트 모델 출신인 이선진과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최윤선, 이들 사이의 남자는 정찬이 맡았다.

촬영은 부산·오버하우젠(독일)·밴쿠버(캐나다)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김감독의 전작 ‘빈집’ ‘다채로워지는 아침’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를 통해 알게 된 피터 그레이(미국장면)와 베니토 스트란지오(한국장면)가 맡았다. 그레이는 ‘세친구’와 ‘H’의 촬영감독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더위와 추위,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악전고투를 하면서 두 여자의 겉과 안을 살아있는 인물의 그것으로 상징화하는 데 주력했어요. 원형(실제)과 멀어지면 스크린에 박제된 인물에 지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인물은 물론 그들의 언행과 심리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점을 감안, 영화 전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어요. 인물에 대한 친밀감과 여성의 내밀한 자의식과 감수성을 담아내려면 기존의 필름과는 다른 영상언어를 구현해야 했거든요”

김감독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 재학중 연극을 했고, 설치·환경미술과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비디오 아트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 칼아트(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영화과 대학원에서 비디오 아트를 전공하면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6년여 DV작업을 통해 여성의 ‘몸’과 ‘욕망’에 주목해온 그는 이제 장편 데뷔작 ‘그 집 앞’으로 보다 많은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다. 이 영화는 오는 5월중 개봉될 예정이다.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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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영화제 초청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가 9월 26일 개막하는 제21회 밴쿠버 국제 영화제에 초청됐다. 초청 부문은 아시아 신인 감독들은 발굴하는 용호상(dragon and tiger) 부문과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가운데 하나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김진아 감독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로 기록한 사적 다큐멘터리로 어머니에 대한 반발로 도미해 6년 동안 거식증을 겪었던 감독의 고통스런 삶을 솔직하고도 집요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집을 떠나며' '출발! 새 아침' '엄마의 웨딩드레스' '벌거벗은 식욕' '거울' '엄마의 노래' '하얀 빨래' 등 7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주목받기도 했다. 

김진아 감독의 미국의 칼아츠에서 실험영화와 비디오 아트를 전공했으며 2000년 <빈 집>으로 서울여성영화제, 일본 피아영화제, 일본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페스티발 등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01년에는 <다채로와지는 아침>으로 독일 오버하우젠 영화제와 미국 아시아태평양 영화제에서 또 다시 국제무대의 주목을 받았으며 페미니즘의 전통 위에서 매번 새로운 영화세계를 보여주는 여성 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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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치유해가는 거식증의 기록

나를 위한 혹독한 퍼포먼스

변기에 머리를 쳐박고 먹은 것을 다 게워내면서 틈틈이 자신이 잘 찍히도록 카메라의 높이를 조절하는 사람을 일찌기 다큐에서 본 적이 있나.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동물의 날간을 으깨 먹으면서 그런 자신의 입에 딱 맞게 카메라를 셋팅해 놓는다는 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집의 틈새들을 미친 듯 만지고 다닌다거나 주문을 외우며 팔을 허공에 흔드는 비일상적인 몸짓들은 또 무엇인가.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 없었다면 그녀는 과연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할머니의 보자기들을 빨랫줄에 너는 상징적 행위를 했을까.

셀프 다큐인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라면 금기시하는 작위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저기 어딘가 카메라가 있고, 그 카메라가 피사체로서의 김진아를 찍는다’, 라는 느낌을 주는 장면은 극히 몇 장면뿐, 김진아 감독은 아주 많이 언제나 카메라를 의식하며 카메라 앞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다. 삶은, 이 작품에서 퍼포먼스와 곧잘 혼동된다. 그것은 그녀가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삶을 퍼포먼스화하며, 동시에 삶을 표현하는 별도의 퍼포먼스를 카메라 앞에서 실행하기 때문이다. <김진아의 비디오일기>가 다큐로서 독특한 것은 바로 그런, 일상과 퍼포먼스의 모호한 경계에서 기인한다.

“어떤 날은 몇분만 찍은 적도 있지만 많이 외롭고 힘든 날은 거의 하루 종일 켜놓기도 했어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가 스물셋 어느 여름날 미국 유학을 가서 자폐적인 생활 속에 거식증을 앓고 8미리 비디오카메라로 비디오일기를 찍으며 그것을 서서히 극복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이 157분짜리 셀프카메라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내용이다. 보는 이를 거의 배려하지 않는 일기 같은 이 작품은, 스스로를 때린다거나, 동물의 날간을 으깨 먹는다거나, 불안에 휩싸여 창가에 앉아 운다거나, 너무 굶다 너무 먹어서 앙상한 팔다리에 배만 불룩이 나온 스스로의 나신을 거울 앞에 비춘다거나, 하는 한 개인으로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녀의 일기가 담고 있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그런 장면들을 건조하게 담아내는 카메라와 그녀 자신의 각별하면서도 기이한 관계가, 어쩌면 거식증보다 더 큰 이 작품의 소재다.

말상대이자 감시자인 카메라

<김진아의 비디오일기>에는 이상하리만큼 그녀 자신만 나온다. 미국 유학 중 찍은 것이지만 학교의 친구들이나 하다못해 가게 주인들도 나오지 않는다. 공간도 그녀 자신의 방뿐. 단 한번 학교 현관이 등장하지만, 오랫동안 그곳의 텅빈 시멘트 바닥을 비출 뿐이다. “일기는 혼자 있을 때 쓰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어요. 실제로 혼자이기도 했구요.”

거식증이 처음 기미를 보인 건 대학 4학년 무렵. 졸업을 생각하면서 뭔가 ‘여자로서’ 다른 것을 의식하게 된 그녀는 자꾸만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외할머니로부터 엄마가 그랬듯, 그녀도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다. <김진아의 비디오일기>의 첫 부분 ‘집을 떠나며’는 미국으로 가져가는 짐을 꾸리는 날의 이야기다. 예고도 없이 몇 년간 발길을 끊었던 외할머니가 그녀의 집에 찾아온다. 그리고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가지 말고 엄마랑 여기 있어라. 너는 몸이 약하다.” 어머니는 할머니를 쫓아내고, 집을 떠나 김진아는 심한 거식증으로 빠져든다.

“고양이 밥을 주는 게 유일한 사회활동이었던” 때, 김진아 감독은 당시 “내 모습이 너무 추하다는 생각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 안에만 있었다.” ‘특별해야 한다. 특별하지 못하다면 특별해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강한 자의식 속에 그녀는 마신 물 한 모금의 양도 기록하는 병적인 다이어트를 했고, 그렇게 타자의 시선에 마비된 김진아가 발견한 유일한 친구가 카메라였다.

비디오카메라를 모니터에 연결하고 빨간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카메라는 가장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말 상대인 한편 야단치고 감시하는 가상의 타자였다. 그 모순적인 카메라와의 관계가 병세와 더불어 깊어진 어느 날, 김진아는 폭식을 한 직후 카메라를 설치하고 거울 앞에서 옷을 벗었다. 깡마른 팔다리에 배만 불룩 나온 몸을 스스로에게 공개하며, 그녀는 비로소 오랜 병에서 한발짝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터질 듯이 부른 내 배에 들어 있는 게 음식이 아니라 아기라면? 엄마, 나를 가졌을 때 행복했나요?” 불룩한 배가 꼭 임산부의 배처럼 보여진 순간, 그녀는 자신의 ‘배’와 극적인 화해를 했다. “나는 음식을 거부한 게 아니라 엄마를 거부한 거였어요. 원래 엄마는 아기에게 밥의 의미죠. 밥을 먹지 않음으로써 난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거부했던 거예요.” 그녀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나가지 못했던 학교에 그동안 찍은 비디오테이프들을 들고 가 지도교수에게 보여주며 상담을 했다. “거식증은 사회적인 병이다. 왜 이걸로 작업을 하지 않느냐”는 교수의 말에 김진아는 어느 하루의 촬영분을 편집해 <빈 집>이라는 제목을 붙인 자신의 일기를 1999년 서울여성영화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피아영화제 등을 통해 남들의 시선에 공개했다. 처음이었다.

엄마와 화해하고 밥을 받아들이다

로스엔젤레스 칼 아츠에서 비디오아트를 공부한 김진아는, 페미니즘 비디오아티스트다. 나중에서야 비디오일기를 찍는 페미니스트 비디오 작가들이 꽤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처음 카메라 앞에 설 때 그녀는 이것을 작품화할 생각도,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오직 자기만을 위해 6년간 비디오일기를 찍었고 나중에 그 중에서 한 테마로 담을 수 있는 2년8개월 가량을 157분으로 편집해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를 만들었다. ‘집을 떠나며’, ‘출발! 새아침’, ‘엄마의 웨딩드레스’, ‘벌거벗은 식욕’, ‘거울’, ‘엄마의 노래’, ‘하얀 빨래’, 시기별 7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에서 ‘거식증’과 맞물린 또하나의 축은 ‘엄마와의 관계’다.

“나 하나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보듬어 일으켜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이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그런데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고등어를 다듬을 수 있었을까.” 복잡한 가족사 속에서 엄마에 대한 애증을 키워온 김진아 감독은 어느날 엄마에 대한 기억을 들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학길 짐에 묻어온 박스 안에서 오래된 엄마의 영어회화테이프 하나를 발견한다. 테잎에서는 영어회화가 나오다가 갑자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흐르면서 젊은 엄마의 음성이 들린다. “지나, 맘마 먹어야지, 맘마. 지나 배꼽 나온 거 봐라, 지나가 울어가지고 배꼽이 다 나왔어.” 아무렇지 않은 아기 보는 엄마의 이 말소리와 자장가는 마침 ‘다 큰’ 김진아의 배를 비추는 화면과 더불어 먹먹한 감동을 부른다. 그것은 스물다섯 당시 그녀의 상황에 아릿하게 들어맞는, 오래전에 잊은 엄마의 말들이었다.

외할머니의 누더기 옷들을 양지바른 곳에 널고, 김진아는 비로소 157분짜리 작품에서 처음으로 바깥에 나선다. 방바닥에 격자무늬 그림자로만 어른거리던 햇빛이 무한정 널려 있는 집 밖.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살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내 살 내 삶”이라는 아포리즘과 함께,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는 힘겹게 도달한 그 집 밖에서 끝을 맺는다.

6년간 비디오일기를 찍으며 거식증을 완전히 떨쳐낸 김진아 감독은 지금도 비디오일기를 계속 찍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자기 자신이 아닌 외할머니와 어머니, 자신에 이르는 모계 가족사가 일기의 주제이며, 그녀 자신 훨씬 생활인이 되어 있기에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작업하는 중이다. 그러는 한편 그녀는 장편극영화 <그집앞>도 준비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로서 그녀가 하고픈 이야기는 뭘까. 바로 ‘배’이야기다. 여성의 욕망이라면 흔히 성욕부터 접근을 하지만,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식욕. 모성을 수용하는 위장과 모태로서의 자궁, 그리고 한 인간이 타자와 연결되었던 유일한 흔적인 배꼽이 공존하는 배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남근 중심이 아닌 배꼽 중심의 담론이 그녀의 테마다.

비디오일기를 찍으며 김진아는 자기만의 의식을 치러냈다. 그녀 스스로 말하듯 이 작품은 “온갖 제례들의 집합”이고 동시에 아주 기이한 방식의 일상기록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다큐 같지 않은 다큐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는, 카메라와 한 인간의 깊은 소통을 기록해냄으로써, 일상을 연출없이 그대로 담아내는 게 다큐의 본성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깨고, 또 역설적으로 실천한다.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는 전주국제영화제 비디오다이어리 섹션에서 상영된다. 글 최수임 

Source: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14...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 진출

김진아 감독(28세)의 독립단편영화 <아침이 다채로와지다>가 오는 5월 3일 독일에서 개막하는 제47회 오버하우젠 단편 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이 작품은 영화제 기간중인 5월 6일 상영될 예정이다. 오버하우젠 영화제는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와 함께 세계 2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다. 

<아침이 다채로와지다>는 96년부터 비디오 일기 형식으로 실험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김진아 감독이 직접 기획과 촬영, 편집을 담당한 작품이다. 

김진아 감독이 미국 유학시절에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외감과 불안 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김진아 감독은 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졸업작품 <빈집>은 99년 서울 여성영화제 등에 초청돼 상영된 바 있다.

 

여성의 눈으로 본 야마가타 영화제 -다시 만나는 사람들-

야마가타 영화제는 1989년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현재는 6회에 이르고 있다. 다큐멘터리만을 위한 영화제로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규모와 지명도를 갖고 있는 영화제다. 이번 야마가타 영화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국제경쟁, 월드 스페셜, 뉴 아시안 커런트, 일본 파노라마, 요리스 이벤스 특집 등이 진행된다. 

새로운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발굴하는 뉴아시안커런트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빈집>의 김진아, <고추말리기>의 장희선, <탈북소년 중국에 가다>의 변재성, 그리고 필자의 <세 발 까마귀>가 선정작에 속해 있었다. 뉴아시아커런트 부문에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나는 'filming-screening-changing/ 일본과 한국의 비디오 액티비즘'이고, 다른 하나는 사례연구로 대만과 일본의 다큐멘터리 제작단체에 관한 토론이다. 일본과 한국의 비디오 액티비즘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공통된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상영하고, 토론하는 일종의 워크샵으로 한국에서 참가하는 이들은 김명준, 김동원, 정호현, 박종필 등이다. 

가장 먼저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video act - 한국독립영화협회처럼 일본에 있는 독립영화협회 격인 '민중미디어연락회'의 프로젝트, 이것은 주로 유통과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에서 마련한 부스이다.

상영은 주제별로 이루어졌다. 도시빈민에 관한 작품은 김동원 감독의 <또 하나의 세상>이 홀로 상영되어지고, 나머지는 노동운동, 여성, 홈리스, 젊은 세대 등의 주제로 일본과 한국의 작품이 각각 1편씩 나란히 상영되었다. 

두 나라간의 공통 점과 접근방식, 제작형태에 대한 비교를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